◎지배주주지분 서로 주장·사업범위도 이견/이권넘어 과기처통산부 감정대립 양상한국원자력연구소(원연)와 한국전력이 최근 원전설계 전문회사 설립과 관련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7월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던 한국형경수로 설계주도권 문제에 이어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주도권다툼은 양기관의 이권다툼 차원을 넘어 주관부처인 과기처―통산부간의 감정대립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논쟁은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중공업(한중)과 원연이 협의중인 원자력기술주식회사(가칭)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원연 신재인 소장과 한중 이박일 부사장은 지난달 19일 원전의 종합설계(한전) 계통설계(원연) 부품설계(한중)가 업체별로 나뉘어져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동자회사 형태로 원전설계전담회사를 대전에 설립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신설회사의 주식배분과 사업범위 등 실제적 주도권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맞섰다.
원연측은 이 회사가 원전공급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연이 51%이상의 주식을 보유, 지배주주가 되어야 하고 우리사주 비율을 확대해 연구원 주도회사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해외원전 수출창구의 단일화를 위해 국내외 원전의 턴키(일괄수주)계약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기처는 지난달 31일 원자력실장 주재로 한전 한중 통산부 관계자가 모인 실무회의에서 원연의 이같은 안을 설명했다. 원연측은 『한전 주도로 회사가 건설되면 미 컴버스천 엔지니어링(ABB―CE)사와 체결한 양해각서등으로 원전기술의 자립의지는 크게 퇴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측은 이에 대해 『사업의 효율을 위해 연구와 사업은 분리돼야 한다』며 『원전 종합설계를 맡고 있는 한전이 신설회사 지분의 49%를 가져야 하고 나머지는 민간기업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산부 관계자도 『89년 과기처와 동자부가 원연의 설계업무를 단계적으로 한전에 넘기기로 한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 신설회사는 한전의 사업방향에 맞춰 형태가 결정돼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한전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양쪽 의견이 언론에 유출돼 양기관의 입장차이는 감정대립양상으로 번졌다. 이에 따라 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원자력설계 일원화 방안에 대한 간담회도 무산됐다. 간담회는 당초 원연 한전 원자력학회 산업계 등 원자력관련 단체가 모두 모여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었다.
원전 전문가들은 『국내 원자력사업의 효율적 운영엔 관심이 없고 기관의 이해에만 매달리는 추태는 어떤 형식으로든 빨리 종식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선연규 기자>선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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