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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불행(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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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불행(장명수 칼럼)

입력
199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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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6·27 지방선거 부정과 국회의원 비리, 교육위원 선출 비리등을 수사하면서 또 한차례 사정 바람이 불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선거이전부터 선거를 다시 하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법 위반을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여러차례 경고했고, 정치권 비리 수사 역시 당연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씁쓸한 심정으로 시끄러운 사정 정국을 지켜보고 있다.정치권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은 온 국민의 소망이다. 그러나 줄줄이 잡혀 가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저 사람이 걸린 배경은 무엇일까』『다른 의원들은 돈 문제에서 떳떳한가』 『잡아가면 뭘 해? 곧 사면복권될 걸』이라고 비꼬는 사람이 많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광복절 대사면으로 비리 공직자·정치인들까지 한묶음에 풀어줌으로써 법의 권위를 정치로 뒤흔든지 불과 한달만에 대대적인 정치비리 수사를 벌이고 있으니 일관성과 원칙의 부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의 대응 역시 국민의 불쾌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야당은 정치탄압, 표적수사, 신당창당 방해라고 주장하면서 『돼지를 잡아 먹는 여당이 족발 하나 먹은 야당을 문제 삼는다』고 낯 뜨거운 비난까지 하고 있다. 여당 역시 구태의연하게 『선거법 위반은 계속 수사하되 의원비리 수사는 정국운영을 위해 조기종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여당이 수사를 지휘하고 흥정하느냐는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다.

이러한 정치외압속에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정치권의 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수사를 계속할 것이며, 그것이 검찰의 본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검찰의 불행이다. 문민정부에서도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인상을 씻지 못했고, 정치권 비리 수사에 항상 의혹이 따라 다니는 것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서 검찰이 독자적으로 공정한 수사를 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것이 많은 국민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언제까지 이대로 안주할 것인가. 검찰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검찰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검찰의 불행은 그 정부의 불행이며, 결국은 국민의 불행일 수밖에 없다. 선거법위반과 정치비리를 파헤치면서 검찰자신도 거듭나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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