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8개… GDP 5% 차지/97년에는 150여개로 늘어날듯국가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지 5년째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에 최근들어 일부 대기업과 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식 기업그룹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그룹군은 일본이나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기는 하나 한개의 모기업이 수십개의 자기업을 거느린 형태가 아니고 동맹이나 제휴관계를 유지하면서 각 기업마다 일정 지분을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은행과 국가도 역시 일정 지분을 갖고 있으며 기업그룹군의 중요한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산업금융기업그룹으로 불리는 이 기업군은 현재 모두 18개가 국가 산업정책위원회에 등록돼 있으며 이 기업군은 러시아 국내 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기업군은 석유 가스 자동차 화학 비철금속 기계등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분야별로 동맹 또는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이같은 체제는 구소련의 국가경제계획위원회가 분야별로 생산량을 정해 모든 경영을 해왔던 과거 방식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93년 옐친 대통령의 포고령에 따라 국가가 이같은 기업군에서 25%이상의 지분을 갖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기업군이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을 따를 필요는 없다. 국가는 기업과 기업을 연결해주고 자율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통제와 조정역할을 할 뿐이다.
이 기업군을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곳은 은행들이라고 할 수있다. 국가가 더 이상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없는 만큼 은행들이 기업군에 산업자금을 수혈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은행들은 그동안 상당한 자금을 축적해왔는데 최근들어 인플레율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장기투자를 할 기업들을 물색해왔다. 최근 유넥심방크와 메즈두나로드나야 피난소바야 콤파니아방크 등을 중심으로 한 자본금 30억달러의 금속및 자동차 기업군이 생긴 것이 좋은 예라고 할수 있다.
기업그룹군을 형성하면 우선 은행자금뿐아니라 여력있는 타기업자금이 상호 융통될 수있고 정부보유주식 매입이 용이하며 생산과 공급라인의 안정화를 취할 수 있으며 세제상 혜택까지 받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자산합병으로 외국기업들과 대등한 투자를 할 수 있고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4개 기업군에 대한 경영조사 결과 생산이 4% 증가했고 수출이 39% 늘었으며 국내투자가 2배나 증가했고 체임률도 12%나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97년까지 약 1백50여개 기업그룹군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있다.
물론 기업들의 집단화로 독점의 위험이 있고 경제력을 자의적으로 이용할 수있다는 우려도 있다. 러시아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 종업원 2만 5천명이상 기업이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은 기업그룹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있다. 현추세대로라면 멀지않는 장래에 러시아식 재벌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서방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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