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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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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밭을 갖고 있는 농민들은 우리나라 토지정책의 대표적인 희생자들이다. 땅으로 떼돈을 번 졸부들이 수를 헤아리기 어렵고 지목변경이다 용도변경이다 신도시 개발이다 뭐다 해서 졸지에 거부가 된 지주들이 많지만 농지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농민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과거에는 절대농지나 상대농지로, 지금은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토지의 용도전환이 「절대」 불가능한 것으로 돼 있고 농지는 어디서나 헐값이다. 그린벨트 안의 토지 소유자들처럼 농민들은 재산권이 동결된거나 마찬가지였다. 토지투기를 방지하고 농지를 보존한다는 토지정책의 큰 목표를 위해 농민들이 희생돼 온 셈이다. ◆다른 땅은 다 자유롭게 거래되고 값도 올라 재산이 되는데 농지만 엄격하게 묶여 있으니 농민들로서는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표에 민감한 여당이 바로 이 대목에 착안해서 도시인들이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려 하고 있다. 농지처분을 용이하게 해주자는 취지다. ◆이 바람에 도시근교 농지는 벌써부터 값이 들먹거리고 거래문의가 활발하다고 한다. 농민들로서는 어떻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민들만 계속 희생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농지를 팔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진짜 농민을 위한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지금 농지값이 오른다 해도 농민들이 땅부자들처럼 떼돈을 벌 수는 없다. 생활근거인 농지만 잃게 될 위험성이 높다. 농민표를 의식한 얄팍한 인기영합적 발상이 대량 이농과 투기유발등 엉뚱한 부작용만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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