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실명제 불구 일부선 아직도/법안·이권 여국감 야몫/2∼3백만원 「떡값」 천만원이상은 「로비」/사전·사후형수비·공세형 등 유형 갖가지최락도 박은태 의원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 주변의 로비실태와 정치자금이 새삼 관심을 끌고있다.
14대 국회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자금거부선언에 이어 재산공개, 사정정국등으로 로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게 중론이다. 여소야대로 5공비리청문회 등이 열렸던 13대 국회에 비하면 14대 국회는 썰렁하다는 말까지 나오고있다.
하지만 국회가 열리고 현안들이 상임위의 「도마」에 오르면 해당부처나 관련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국정감사때 증인으로 채택이라도 되면 당사자들은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 보호막을 치려고 노력한다. 이런 대목에서 대개 금품이 오가는 로비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돼있다.
로비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일을 수습하기위해 이루어지는 사후형, 이권을 따내거나 불이익을 막기위해 미리 손을 쓰는 사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수서사건이 사전형이라면 위증에 대한 고발을 막기위해 로비가 이루어졌던 노동위 돈봉투사건은 사후형이라 할 수 있다.
내용적으로는 이권을 챙기려는 공세형, 손해를 막으려는 수비형이 있다. 이에대해 3선의 노련한 정객인 L의원은 『국정감사, 상임위질의는 야당의 몫이고 굵직한 법안통과나 이권은 여당 몫이다. 주로 야당에게는 조용히해달라고, 여당에게는 한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업계출신으로 직접 로비를 해본 L의원은 기업 입장에서 설명했다. 『국감에 앞서 의원들은 자료를 요구한다. 이들 자료중 특정 기업을 곤혹스럽게하는 내용이 있다. 해당기업이 정보를 입수하면 사안의 성격, 의원의 비중을 놓고 저울질한다. 「입을 막아야한다」는 결론이 나면 연고가 동원된다. 이 때 기업은 액수, 비밀유지에 제일 신경쓴다』
로비액수는 사건, 의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정치권에서는 보통 2,3백만원은 인사치레로 이른바 떡값이고 천만원이상이면 로비로 인식되고있다. 야당의 중견의원인 K의원은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초선때 사심없이 대기업의 비리를 따졌다. 얼마후 고교선배인 회사 중역이 5백만원을 가져왔으나 거절했다. 그러자 다시 1천만원을 가져오면서 앞으로도 지원하겠다고 하더라. 그 때 단가를 올리는 방법을 알게됐다』
이처럼 질의나 자료요구를 매개로 한 로비가 일반적이며 박은태의원의 혐의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그러나 더 굵직한 로비는 주요 법안통과나 이권에 얽혀있다. 법개정·제정은 당위논쟁으로 포장돼있지만 그 이면에는 대개 이해득실, 이에따른 로비가 깔려있다. 최근의 주세법파동, 지난90년2월 박재규 전의원의 구속을 초래한 농약관리법개정, 약사법개정, 몇해전 사학재단의 권한을 강화시켰던 사립학교법개정등이 로비설을 유발한 바 있다.
로비의 정점은 역시 이권이 걸린 대형사업. 대표적인 이권은 공사, 대규모 토지의 용도변경, 기업인수, 공기업불하, 거액융자, 예산조정 등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이권은 영향력있는 실세의원이어야한다. 과거정권에서는 대형사업에는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때문에 의원이 로비대상으로 부각되는 이권은 대개 수억∼1백억원대라 할 수 있다. 융자나 공사를 성사시켜주면 3%, 5∼7%정도의 커미션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회주변에는 여러형태의 로비가 존재하지만, 실명제나 사정바람은 이를 축소시키고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의 뒤안길에서는 거래가 오고가고있는 것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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