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차례상·전염병 두려움 친지모임 꺼려/당창건 기념일 준비, 명절분위기도 유명무실북한에서 추석이 민족명절로 부활된지 올해로 8년째가 된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오는 9일 가장 어렵고 쓸쓸한 추석을 맞게될 것 같다. 7월하순부터 8월초순까지 계속된 호우로 엄청난 수재를 당했을뿐 아니라 전염병이 발생했지만 이를 치료할 의료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 추석은 북한정권 창건 47주년 기념일(9·9절)과 겹친다. 북한의 추석이 명절보다는 「휴무일」의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쉬는 날이 하루 줄어드는 셈이다.
또 한달후에 당창건 50주년 기념일(10·10절)의 대대적인 행사준비가 진행중이어서 추석분위기는 더욱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국가명절인 당창건기념일과 겹치므로 주민들은 올 추석에는 특별배급을 받는다. 보통 추석때는 특별배급이 없다. 차례상에 오를 쌀은 대부분 우리측, 또는 일본에서 지원된 쌀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국경일에 노동자 5백69, 부녀자와 학생 4백등 1일분의 백미를 지급한다.
이번 수해로 북한의 밭작물은 벼농사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유엔 인도적지원국(DHA)등에 보고되고 있다. 올 차례상은 더욱 초라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정권수립후 추석등 민족명절과 조상에 대한 제사를 『착취계급들이 통치권을 강화하는데 악용하고 종교적 외피를 씌워 허례허식을 덧붙였다』면서 규제해오다가 67년 5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공식명절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추석때면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왔다. 북한당국은 민족 고유의 풍습을 뿌리뽑기가 힘든데다 우리측의 조총련 성묘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88년 추석을 부활시킨데 이어 89년부터는 설날과 단오, 한식을 모두 「민족명절」로 지정했다.
그러나 민족명절은 김일성생일등 국가명절과는 달리 완전한 공휴일이 아닌 「휴무일」로 하루를 쉬되 일요일 또는 다른날에 그만큼 노동을 보충해야 한다.
귀순자들에 의하면 북한주민들은 이같은 명절때는 가까운 곳에 성묘도 가고 친지들이 모이기도 한다.
북한당국은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주민들의 이같은 관행을 묵인 해왔으며 추석기간 만큼은 통행증없이 다른 시·군을 여행하는 데 대해서도 관대한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모이는 곳은 맏상제의 집이 아니라 친지중 능력이나 지위가 높은 집이 되기 십상이며 제사상 앞에는 조상의 사진과 함께 김부자의 사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콜레라등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이 사실일 경우 친지들끼리 모이는 것도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또 이번 수해로 농경지·임야뿐 아니라 상당수의 묘지도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어 추석을 맞는 북한주민들은 2중, 3중으로 우울할 것 같다.<유승우 기자>유승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