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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한국영화를/박래부(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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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한국영화를/박래부(메아리)

입력
1995.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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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엿새 후로 다가왔다. 농경사회의 오래 된 관습 탓으로 추석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귀성을 한다. 귀성객은 여름의 큰 수해로 파괴되거나,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길을 지나야 하므로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듯하다.「귀성」이란 단순한 「귀향」과 다르다. 「부모님을 뵈러」라는 전제가 달린 고향 가기이다. 부모님의 연세 드신 모습을 통해 우리는 조상을 생각하고 어려웠던 과거를 되새기게 된다. 사람은 물을 마시면 그 근원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부모님을 뵙고, 고향땅을 밟아보고 나서 흔히 하는 일 중의 하나가 TV보기일 것이다. TV에서는 명절마다 많은 영화를 보여준다. 이번 추석에도 그러하다. 그 영화들은 대개 외국영화이고, 간혹 한국영화도 있지만 대부분 근래 만든 작품들이다.

나는 설 추석 등 명절 연휴에는 TV가 외국영화들 대신 지나간 우리 영화들을 훨씬 더 많이 방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향에서 맞는 명절은 친척·친구와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과 기쁨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뿌리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 흑백영화들은 민족과 개인이 헤쳐나온 고난과 영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것들은 외국영화나 근작영화와 비교할 때 명절 분위기, 국민의 정서등과도 잘 맞는다. 여러 세대가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우리 영화는 196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60년대 들어 작가정신을 지닌 감독들이 많이 배출됐고, 작품의 주제는 한결 진지해졌으며, 소재 또한 다양해졌다. 「오발탄」(유현목 감독), 「마부」(강대진 감독), 「만추」(이만희 감독)등 많은 명작들이 그 무렵에 의욕적으로 만들어졌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일본 도쿄의 영화가에서는 「한국영화주간」「중국영화주간」등을 일년에 한 차례쯤 정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나라에서 제작된 우수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주곤 한다. 우리 영화 「만추」와 중국영화 「옛우물」등 많은 명화들이 그런 행사를 통해 소개되었다.

60년대 이후에도 진지하고도 재미있는 우리 영화는 많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채산성이 없기 때문에 그 영화들은 비디오로 잘 만들어지지도 않고 있다. 「자이언트」등 흘러간 외국영화는 명절에 재탕·삼탕해서 방영되지만, 우리가 우리의 고전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주 적다.

설이나 추석에는 가족이 모여 고생스럽던 옛이야기도 해가며, TV로 우리의 옛영화를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문화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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