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식의 천동설·지동설 논쟁/관찰·실험의 근대적 방법론 개척/중세 속박서 2백여년만에 해금 이탈리아의 천문·물리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1632년에 펴낸 「두 우주구조에 관한 대화」는 지구중심의 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구조와 태양중심의 코페르니쿠스 우주구조의 장단점을 토론하는 대화형식으로 엮은 뛰어난 저작이다.
그러나 관찰과 실험을 토대로 한 근대 과학의 연구방법론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은 당대의 대학자 갈릴레이를 그 이듬해 법정에 세웠다. 두 우주구조가 모두 가설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코페르니쿠스 구조의 장점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게끔 저술됐기 때문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불변의 진리로 여겨졌던 천동설을 부인하고 지동설을 옹호한 것이다.
엄격하고 무자비한 종교재판에서 갈릴레이는 자신의 학문적 신념을 겉으로나마 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어쩔수 없이 천동설이 옳다는 서약서에 서명한 뒤 법정을 나서면서 갈릴레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종교재판뒤 갈릴레이는 엄중한 감시속에 피렌체 교외의 자택에서 고독한 여생을 지내야만 했고 죽은 뒤에 공식적인 장례를 치르는 것은 물론이고 묘비를 세우는 일조차 허가되지 않았다.
「두 우주구조에 관한 대화」는 4백58쪽에 이르는 대저작이다. 갈릴레이는 1597년께에 케플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은 일반적인 가설로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자연적 결과의 원인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썼다. 이 책이 거의 35년에 걸친 관측과 실험의 결과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갈릴레이가 봉직하고 있던 궁정의 토스카나 대공 코지모 2세에의 헌사, 독자에 대한 서문으로 시작돼 본문은 4일동안 세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형식으로 전개돼 있다. 양식있는 평범인을 대표하는 사글레드, 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의 전통을 지키는 심플리치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갈릴레이 자신의 생각은 살비아치라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펼쳐진다.
중세의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근대의 과학적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재촉한 「두 우주구조에 관한 대화」는 출간된 지 2백여년이나 지난 뒤 마침내 금서목록에서 풀려났다.<최성욱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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