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저녁 남산 김구광장에서 열린 조순 서울시장 취임식에서 5천여 참석자들과 「서울의 찬가」를 합창하면서 우리가 참으로 먼 길을 걸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1960년 12월 서울의 첫 민선시장으로 뽑혔던 카이저수염의 김상돈씨는 5·16으로 반년도 집무를 못한채 물러나 울분속에 만년을 보내다 별세했는데, 그 짧았던 지방자치 시대가 어제의 일처럼 되살아 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35년, 서울시민이 두번째로 뽑은 민선시장의 취임식은 감개무량했다. 93년2월 김영삼대통령 취임식은 32년만에 문민대통령을 맞는 벅찬 기쁨을 안겨 주었고, 문민정부 출범후 2년반만에 갖는 야당출신 서울시장의 취임식은 시민의 민주역량을 실감하게 했다. 1천1백만 서울시민을 상징하는 비둘기 1천1백마리가 김구광장 하늘을 날 때 시민들은 되찾은 민주주의를 자축했다.
꼿꼿한 경제학자로,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경제부총리과 한은총재로 신뢰를 쌓아온 조순씨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그의 진실한 인품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였다. 그리고 그는 취임후 두달동안 시민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시장」이란 이미지를 더욱 굳혀가고 있다.
『나는 조순시장이 좋다. 정치인들에게 식상하여 지칠대로 지친 시민들은 그가 정치적으로 설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선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오늘날 국민이 갈구하는 것은 바로 그 안정감이다. 그는 다음 자리를 노려 무리한 일을 벌이지 않고, 양식을 가지고 차근차근 서울시 살림을 챙길 것이라는 신뢰감을 준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다』라고 취임식에서 만난 한 대학교수는 말했다. 그의 말은 조순시장 취임 두달을 맞는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고 느껴졌다.
조순시장은 취임사에서 시민들에게 「서울의 미래를 여는 변화의 대장정」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변화」는 번쩍번쩍하는 변화가 아니라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변화다. 고속성장에 밀리고, 전시행정에 눌렸던 원칙을 회복하자고 그는 주장했다. 『도심지 몇곳을 상징적으로 호화롭게 꾸미기 보다 전지역, 전부문을 균형있게 발전시켜 안전하고 편안하고 생활문화가 꽃피는 서울을 만들어 가겠다』고 새시장은 약속했다.
원칙을 지키며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가자는 보수적인 주장이 오히려 진보적으로 들리는 이 성급한 시대에 조순시장은 「서울의 변화」를 향한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는 성공할까. 안정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좋은 출발을 한 그가 어떤 서울을 만들어갈지 기대가 크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