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휴대폰보다 통화료 싸지고 음질 좋아지는 “꿈의 통신”/주파수 따내고도 기술선택 유보등 물밑싸움… 제소 사태까지「차세대통신」으로 1인 1휴대전화 시대를 열 개인휴대통신(PCS:Personal Communications Servi-ce)을 둘러싸고 미국업계의 시장선점 각축전이 치열하다. 당초 지난 3월중순으로 예정됐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C블록 PCS 주파수경매가 참여업체의 법원제소등으로 3차례나 연기되며 표류중인가 하면 이미 A·B블록의 주파수를 따낸 업체들도 기술선택을 유보하는등 팽팽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참여대상업체와 주파수에 따라 나뉘어진 각 블록 가운데 C블록의 주파수경매가 진통을 겪고있는 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깔려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A·B블록의 주파수 경매에 비해 참여업체들의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지만, 어느 업체도 확실한 기술개발이나 기술확보가 안된 상태라는 것이 연기신청의 속사정이다. 기술개발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업체가 앞다투어 경매에 참가해 제소사태까지 빚고있는 것은 「통신, 특히 무선통신에 관해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통신업계의 경험론적 법칙 때문이다. 이 법칙은 3개월여에 걸쳐 이루어진 A·B 블록 주파수경매에 미국의 주요 통신기업이 빠짐없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한 동인이기도 했다.
1백12회에 걸쳐 이루어진 A·B 블록 경매에는 AT&T 스프린트 각지역별 전화회사등 30개 주요 통신업체가 참여, 그중 18개 업체가 총 70억3천4백만달러에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무선통신산업은 극심한 경쟁과 기술개발, 급격한 성장과 변화가 그 특징이다.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변화도 예측이 극히 어려워 투자환경이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각 업체가 앞다투어 경매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빠지면 도태당한다」는 심리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PCS에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PCS는 기존의 이동전화(휴대폰)에 비해 저렴한 통화료,가볍고 작으며 값이 싼 전화기,유선통신과 맞먹는 음질등을 앞세우는 차세대 통신서비스다. 외부에서는 이동전화처럼, 집에서는 무선전화처럼, 사무실에서는 구내전화처럼 쓰는 다목적·다기능 통신방식이다. PCS는 궁극적으로는 개인마다 전화번호를 부여하고, 그를 통해 모든 통신 서비스를 통합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팩스에서 전화, 호출, 자동응답은 물론 컴퓨터까지 한 번호로 무선연결해 통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입자가 어디에 있건 모든 통신기능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게 하는 「꿈의 통신」인 셈이다.
이것은 PCS가 추구하는 최종단계이고, 97년초를 상용화 시기로 잡고있는 당장의 PCS는 기존의 휴대전화와 그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휴대전화가 차를 타고 다니면서 통화할 정도로 이동성이 높은 반면 PCS는 걸어다니면서 통화가 가능할만큼의 이동성만 확보하되 경제성을 높이게 된다. 초기단계에서는 이동성을 낮추는 대신 전화기의 부피와 무게, 가격을 떨어뜨리고 통화료도 저렴하게 함으로써 가입자를 확보한뒤 이동성을 높여간다는 것이다.
PCS는 또 현재 미국의 휴대전화가 대부분 아날로그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초기단계에서부터 디지털을 이용하게 되므로 음질과 용량을 크게 개선하고 늘리게 된다. 게다가 휴대전화가 8백㎒대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1.8∼2.2㎓대의 주파수를 사용하게 되므로 2.5배정도 넓은 광대역 주파수를 쓰게 된다.
PCS는 사업 초기단계에서 휴대전화와의 차별화에 역점을 둘 전망이지만 결국 한 시장에서 부딪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곧 양자간의 처절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현재 휴대전화의 통화료는 분당 35센트(한화 약 2백80원)다. PCS는 사업 시작단계에서 25∼30센트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모토로라 같은 회사는 PCS가 분당 통화료를 7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자체 비즈니스 모델까지 설정했다.
대전화 서비스업자들은 지금도 전화기 판매업자들에게 대당 2백50∼3백50달러의 커미션을 주고 있다. 이렇게 해 전화기의 소매가격을 낮춤으로써 더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휴대전화기 한대당 공장도 가격은 평균 2백68달러였으나 소매 가격은 대당 1백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여기에 PCS가 들어와 가격경쟁을 선도하게 되면 전화기 가격은 경제적인 고려대상에서 아예 제외될 수도 있다.
PCS가 촉발할 서비스영역확대와 가격경쟁은 소비자의 이익으로 귀결될 뿐 아니라 미국의 이동통신시장 자체를 엄청나게 넓혀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화업체 GTE의 마케팅및 비즈니스 개발담당 부사장 데리 웨일린씨는 『80년대에 많은 전문가들이 「휴대전화의 등장이 무선호출기 산업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견했으나 오히려 휴대전화가 창출한 무선통신이 무선호출의 사용증가로 이어진 것처럼 PCS도 이동통신시장의 외연을 크게 확대시켜줄 것』이라고 전망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PCS 기술방식 어떤게 있나/「시분할」 「코드분할」 「유럽표준」 크게 3가지/「코드분할」 기술적 우수성불구 연내 상용화 의문
기업간 PCS 시장선점 경쟁은 기술방식 선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현재 각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PCS 기술방식은 크게 시분할 다중접속(TDMA)방식,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유럽표준시스템(GSM)등 3가지다.
이중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는 것은 CDMA다. CDMA는 통신용량이 TDMA와 GSM에 비해선 2∼3배, 기존 아날로그 휴대전화에 비해선 6∼10배 가까이 크다. 전화기에 사용되는 배터리도 훨씬 오래 간다. 음질과 무선 데이터 서비스능력, 보안성도 뛰어나다. 문제는 아직 기술개발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용화를 올해 말께로 잡고 있으나 과연 그럴지는 불투명하다.
CDMA가 기술적으로는 가장 뛰어나면서도 쉽게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누가 먼저 시장에 뛰어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일 수 있는데, TDMA나 GSM은 실용가능한 기술이므로 CDMA에 비해 당장의 경제적인 우월성이 있다.
하지만 GSM과 TDMA는 나름의 약점이 있다. 유럽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GSM은 북미지역에 깔려있는 기존 통신시스템과의 비양립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가장 먼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TDMA는 비용이 가장 저렴하지만 장기적인 수익성 창출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경매에서 이미 주파수를 확보한 기업들이 서로 표준기술 선택을 미루고 있는 것은 일종의 눈치작전인 셈이다. 가장 큰 시장을 확보한 기업이 선택하는 기술을 따라 택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려는 것이다.
◎인터뷰/미 개인통신사업자협 마크 골든 부회장/“더 다양한 기능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2000년까지 휴대전화시장 절반 잠식”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 개인통신사업자협회(PCIA)의 마크 골든부회장은 『PCS는 더 다양한 기능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통신기술』이라며 『개념상으로 보면 PCS는 통신사업자들이 추구하는 무선기술의 마지막 단계』라고 설명했다. 골든 부회장은 『개인마다 각각의 번호를 부여해 모든 통신기능을 통합한다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통신의 역사를 보면 기술은 언제나 가장 먼저 해결돼온 문제였다』며 『문제는 오히려 소비자가 어떤 기능의 서비스를 원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PCS의 시장전망은.
『무선통신 시장은 서비스 기능에 따라 더많은 조각으로 나누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워낙 커지고 있기 때문에 각 조각도 함께 커질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오는 2000년까지 PCS는 휴대전화시장의 절반정도 규모가 될 것이다』
―PCS의 가격전망은.
『PCS는 휴대전화와 달리 인구밀집 지역에 중점적으로 하부구조를 깔게 되므로 고정비용이 절감된다. 기능(이동성)을 줄이기 때문에 전화기의 가격도 낮출 수 있다. 여기에다 경쟁과 사용자수 증가가 가격인하의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상 시장이 개인 위주이므로 초기 단계에서부터 가격이 낮아야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PCS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통신통합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전자우편, 음성우편, 팩스, 일반전화기능등이 하나의 전화번호로 통일될 것이다. 이 기능들을 각기 다른 회사가 제공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통신서비스통합은 기술적으로는 지금도 가능하다. PCS에 당장 포함되는 새로운 기술에는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보다 발달된 음성우편 기능, 사용자가 어디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기능, 컴퓨터통신을 무선으로 할 수 있는 기능등이 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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