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을 내세우며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김영삼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생활에 바탕을 둔 개혁, 즉 생활개혁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집권 전반기의 개혁이 거시적인 정치·행정·경제질서의 정립을 위한 것이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개혁이 시민들의 일상생활상의 안녕, 복지, 편의를 제고하는 것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그러나 생활개혁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방식과 관련하여 몇가지 중대한 방법론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 생활개혁의 목표와 내용은 지금까지의 정치·행정·경제개혁의 그것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개혁추진이 그 이념과 방법에 대한 풍부하고 개방적인 토론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융실명제 실시, 부정부패 척결, 군내 사조직 제거등 지금까지의 개혁조치들은 사실상 김영삼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온 국민이 요구하던 명백한 과제들이어서 실행상 큰 결단은 요했지만 그 목표와 내용에 대한 논란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생활개혁은 복지, 환경, 교육, 보건, 노동, 안전 등 국민생활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와 토론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둘째는 생활개혁의 추진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의사표출과 실행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전반기의 거시적 개혁과제들이 대통령의 결단과 법률·제도의 변경으로 상당 부분 달성될 수 있었다면, 후반기 생활개혁 과제들은 풀뿌리 시민들이 그들의 실제 요구사항을 제대로 전달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 생활인으로서 직접 참여해야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개혁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 실천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의견수렴과 정책홍보를 강화하고 아울러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제언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생활개혁의 최전선 집행단계인 하부 행정단위들의 능동성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전반기 개혁의 실패 가운데 하나가 일선 행정관료들의 복지부동과 이른바 생계형 비리를 바로잡지 못한 것인데 이 실패의 부작용은 후반기 생활개혁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의 실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체계가 이완되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김영삼정부 후반기의 생활개혁은 그 과제들의 성격을 보면 비교적 사소하고 간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 수행은 오히려 전반기 개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개혁의 완성을 위해서 넘어야 할 또다른 큰 고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배전의 각오와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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