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국민회의는 김대중 창당준비 위원장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 국민에 대한 은퇴약속을 깨고 정계에 복귀하여 만드는 신당이어서 당노선은 곧 김대중노선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국민회의가 채택한 12대강령이 종래 전통야당의 그것과는 달리 보수우익―중도보수 노선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국민에게 익숙한대로 김씨가 이끌었고 몸담았던 평민당―민주당은 서민, 근로자, 농어민, 중소기업인등의 보호를 제1로 내세웠고 노동 및 통일 대북정책등에서도 사뭇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92년 대선때도 이 노선에 따라 공약을 제시했었다.
그런 그가 국가보안법은 무조건 개폐대신 민주질서 수호법으로 대체하면서 북한에 대해 노동당 규약과 형법개정등 상응하는 조치를 촉구하고, 정책기조를 중소기업보호로 하되 대기업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3단계 통일방안도 국민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국가연합개념을 부각시키고, 점진적인 군감축론 대신에 통일후에도 주변 상황에 따른 확고한 안보체제구축 등을 제시했다.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의 온건 보수노선으로 돌아선 것으로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노선변경은 지방선거승리에 힘입어 장차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헤 재야를 멀리하고 보수적인 중산층을 끌어안기 위한 것임을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방편이라면 설득력이 약하다. 한 정당의 강령이 방편적인 정략에 좌우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회의측이 민주화와 관련, 그토록 배격했던 5·6공 인사들까지 세확장의 일환으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는 국민으로서는 실로 혼선과 당혹감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강령은 정당이 국민에 대해 약속하는 집권후의 국정운영 원칙이자 기본 방향이다. 민주주의하에서 강령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실천사항이기 때문에 당위성이 확보돼야 하며 이를 변경할 때에는 국민에게 납득할만한 이유와 논거를 제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확고한 명분과 논리적인 바탕없는 노선변경은 불신과 의혹만 살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당과 정치지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세는 진실성, 신뢰성, 도덕성, 일관성이다. 느닷없이 노선을 바꾸고 전과 다른 정강과 약속등을 제시해도 국민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씨와 국민회의는 갑작스런 노선전환과 변경에 대해 성의있게, 그리고 분명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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