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엊그제였던 것같은데 벌써 현정부의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전반기동안 국제적·국내적으로 극복해야 했던 난제가 많았고 일련의 개혁시책이 주는 사회적 충격, 빈번했던 불의의 대형사고의 발생등 정부나 국민이 거의 녕일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성싶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기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더욱 빠르게 느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최근 대통령이 정부 후반기 기본시정방침으로서 개혁이나 사업전개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축소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국민에게 정부시책에 대한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전반기에는 새 정부의 출범기인 만큼 새로운 성향과 감각의 정책전환 모색에서 오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일련의 개혁시책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도 이를 승복하고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후반기에 들어서는 이와 같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초기적 이해와 관용성은 훨씬 냉철해지고 실제적인 성과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전개한 각종 시책의 실효있는 마무리를 기대할 것이고 이 기간의 상황전개에서 야기된 사안들에 대한 결자해지의 요구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 후반기의 과제 몇 가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선거과정이나 정부 출범초에 있었던 공약중 실천타당성이 적거나 상황 변화에 따라 그 의의가 희박해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또는 재정적 부담이 과중하여 시행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등에 대해서는 공약에 지나치게 구속되어 집착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설득력있는 사유에 따른 공약수정은 국민의 합의도출도 무난할 것으로 본다.
둘째, 그동안 전개된 각종 개혁시책에 대해서는 필요한 보완에는 인색하지 말고 거름을 주면서 정착시켜 신축적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의 정착화문제이다. 현정부에서 본격적 지방자치시대를 열게 된 것은 정부로서도 큰 보람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는 정치적 행정적으로 초유의 경험인 만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각급 의회, 국민 모두가 침착하게 각종 제도의 설정이나 관행의 축적을 해나가야만 그 성공을 거둘 수가 있다. 지역이기주의나 할거주의가 자리잡고 자칫 지방자치를 감상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지역 자체의 발전과 국가발전 양자를 모두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 것이다. 어떤 제도나 관행은 초기에 방향설정이 잘못되면 그것이 생리화하여 후일의 시정이 매우 어려워진다. 지역조건에 적합한 지역발전책의 강구, 지역간 보완관계의 설정,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와의 유기적 관계의 설정등 지역 자체발전과 국가발전의 동시추구를 위한 효율적인 제도적 장치와 관행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역시 중앙정부가 주도적 또는 지원적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지방자치 성패의 관건도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지방자치를 지나치게 정치적 행정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실제적 측면이 간과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지방자치가 경제자치의 기반이 취약한 정치적 행정적 자치에 그치는 경우, 그 의의는 크게 감쇄되고 말 것이다. 재정적·경제적 능력이 공고한 지방자치이어야만 명실상부한 지방자치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도 역시 중앙정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지방재정재원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국세와 지방세 체계의 재조정, 교부세를 위시한 재정조정제도의 합리화,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의 강화등이 그것이다.
물론 중앙정부의 역할과 자세는 그러려니와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적·경제적 의존으로부터 탈피하는 적극적 자조·자립노력이 있어야 할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넷째, 세계화·국제화시대에 적합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국민경제체질 강화의 문제이다. 지금 정부는 시기적으로 마침 2000년대로 들어가면서 기술집약시대 그리고 정보화시대에 있어서의 준비를 책임져야 할 입장에 있다. 엔고등 경제체질 외적인 국제적인 유동요인에 힙입은 고율성장 때문에 경제체질 강화노력이 이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섯째, 통일로 향한 작업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통일의 현실적 전제작업으로서의 경제적·문화적·인적 교류등 기반의 실질적 확대가 진전되어야 하겠다.
끝으로 언제나 불변하게 정부에 대해서 요청되는 것은 정부의 효율성과 도덕성이다. 어느 정부에 대해서나 사후 평가는 이 기준에 준거하게 된다. 효율성이 낮은 정부는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도 정부의 시행착오 축소의지의 표명은 매우 뜻이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정부의 도덕성 문제는 영년의 숙제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현정부가 후반기에 접어든 때에 진정 효율성과 도덕성이 높은 정부로서의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가시적 노력이 축적되기를 바라고 싶다.<전 국무총리·학술원회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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