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주일만에 중부권에 푸른 하늘이 되살아났다. 광란의 홍수에 잠겼던 경기 여주와 충남 예산의 들판, 서울시민의 휴식터 한강둔치도 27일부터 물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잠긴 들녘이 많다.8월들어 하루도 온종일 맑은 날이 없던 짓궂은 기상은 나흘간에 곳에 따라 6백㎜이상의 집중호우를 한강수계로 퍼부었다. 소양댐은 5년만에 수문을 열고 홍수를 조절했다. 홍수는 53명의 목숨과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앗아갔다. 피해를 이 정도로 막은 것은 적절한 홍수조절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구촌에는 갈수록 기상이변이 잦다. 지난 겨울, 유럽에 대홍수가 났다. 국토의 4분의 1이 해면보다 낮은 네덜란드가 강물로 덮이고 라인강과 센강등 주요하천이 범람했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지구전반의 현상이라고 우리가 위안받지는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평균 4천60억원대의 수해가 되풀이된다. 그리고 한쪽에선 가뭄이 극심하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가의 근본인 치수가 과거보다 낫다 하나, 완벽하지 못한 탓이다. 수백㎜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데 댐문을 열어 1초에 수천톤의 물을 한강유역에 방류한 소양댐과, 말랐던 대청호의 집중호우 담수는 대조적이었다. 물론 물은 발전이나 농업에 불가결한 자원이다. 아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강우량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해도 비가 내린다는 것까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가위를 앞두고 가족과 가을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수재민들은 하늘만 탓하지 않고 있다. 성난 주민들은 수재의 인재적 요소를 규탄하고 있다. 직접피해는 안당했지만 저지대의 서울시민들은 시시각각 높아가는 한강물을 보면서 뜬눈으로 지새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서 한국도 예외없이 윈도즈95라는 PC 운영체계 3천5백개가 출시돼 이틀만에 90%가 팔렸다. 한쪽에서는 수해로 큰 피해를 받고, 한쪽에서는 첨단을 향해 뛰는 이 나라의 삽화다.
기상도 경제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기상과 홍수관리의 과학화에 매년 수재피해액의 10분의1만 들여도 향후 피해를 40∼50%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번 호우로, 기술과 안전의식도 미흡한 판에 강행하는 한강밑 하저터널이 침수됐다. 자연의 재앙이라고 치부하지 말자. 지진의 나라 일본은 아오모리(청삼)와 하코다테(함관)의 해저 23㎞를, 영불해협은 해저 37㎞구간을 열차로 잇고 있다. 반복되는 재난의 패턴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과학부장>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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