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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경제학 석학 매니교수­조석래 한경연원장/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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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경제학 석학 매니교수­조석래 한경연원장/특별대담

입력
1995.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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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도개혁」 특별대담/“규제완화없이 선진국 될수없다”/“시장경제 왜곡 「제도적 성역」 깨기 노력을/현행 정책 실상은 행정 절차간소화에 불과/법조계도 규제완화작업 적극 동참해야”문민정부 출범후 행정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국민과 기업의 기대에는 못미치고 있다. 정부주도의 행정규제완화는 처음부터 시행착오의 여지가 큰데다 기득권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하는 「시장경제와 법치주의를 위한 정부 3부의 역할」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헨리 매니 미국 조지메이슨대 법과대학장과 조석래 한국경제연구원장(효성그룹회장)은 28일 롯데호텔 메트로폴리탄클럽에서 우리의 행정규제완화 노력등을 진단, 평가하는 특별대담을 가졌다. 매니교수는 조지메이슨대부설 법경제센터소장을 겸직하면서 대법원판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의 교육을 맡아온 미국 법경제학계의 석학이다.<편집자주>

▲조석래 원장=한국정부는 핵심적인 개혁과제의 하나로 행정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준비미흡 기득권층반발등으로 추진성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헨리 매니 교수=경제활동에는 각종 거래비용이 따릅니다. 거래비용이란 운송비는 물론이고 거래의 불확실성이나 상대방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제거하기 위해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경제적 의미에서 법이나 제도는 이같은 거래비용을 낮추고 재산권을 확립하는 기능을 합니다. 국가가 합리적인 법제를 마련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않으면 거래비용이 높아지고 법밖의 거래를 유발하여 지하경제를 심화시키게 됩니다.

▲조원장=동감입니다. 일본의 야쿠자같은 범죄조직들은 「분쟁해결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들이 중립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결코 없습니다. 또 국민이 그들 서비스의 질을 감독할 수도 없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매니교수=법과 제도는 거래비용및 재산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규제제정이나 규제완화는 똑같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경제적 효율성에 기초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규제를 완화하려할 때는 기득권층의 반발이 심하지요. 규제완화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조원장=현재 한국에서 규제완화 담당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손해보는 계층은 별로 없고 모든 사람이 수용할 수 있는 규제완화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주민등록신청간소화 영수증보관기간단축등이지요. 이같은 방식으로만 규제완화를 하다가는 정작 폐해가 큰 규제는 놔두고 절차간소화 정도의 형식적 규제완화로 끝나기 쉽습니다. 규제완화가 현재는 행정부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사법부와 입법부도 규제완화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법조인들은 지금까지 기소 변론 판결등 법을 지키게 하는 활동에만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짙어요. 이제는 법의 제정과정이나 법의 내용까지도 분석하고 비판해야 할 때입니다. 규제완화에 법조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매니교수=한국의 규제완화정책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조원장=규제완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습니다. 근시안적 안목이나 감춰진 제3의 목적을 갖고서 도입한 규제들은 원래 달성하고자 했던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기 쉽습니다. 예컨대 과당경쟁방지및 건전육성이라는 명목아래 진입규제및 가격통제등의 정책으로 오랜시간 보호해 주었던 산업일수록 담합행위가 더 심하고 경쟁력이 약화되었던게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건설공사의 부실은 어이없게도 삭막하리만큼 이리저리 뻗어져 있는 건설규제하에서 잉태된 산물로 판단됩니다.

▲매니교수=규제완화정책이 만족스런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조원장=그 원인을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규제완화의 질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완화작업의 속성및 추진체계입니다. 먼저 질을 보면 규제완화의 본질은 생산과 가격책정의 자유보장인데 이것이 아주 미흡합니다. 또 한국에는 「규제의 성역」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해당부처에서 국가의 기본정책이기 때문에 규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규제가 많다는 지적이지요. 예를 들면 통화관리 수도권인구집중억제 경제력집중억제등의 정책과 관련된 무수한 규제들은 지난 2년간에도 철저히 보호를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규제완화추진체계도 문제가 많아요. 임시적이고 분산화해 있는 현재의 규제완화추진체계로는 담당공무원들의 능동성을 유도해 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매니교수=미국의 경우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 입법부등 3부가 규제완화에 동참했었습니다. 80년대초 통신산업의 진입규제완화는 전적으로 사법부의 공로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법원의 경우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는 법만을 집행하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합니다. 예컨대 과실사고의 책임을 지울 때 사고방지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었는가를 최대한 고려하지요. 또 독과점 자체가 나쁘다는 사고보다는 국가가 인위적으로 독과점을 유도하지 않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반하는 법과 제도를 사업심사에 의해 무효화한다면 이는 규제완화 정신과 정확히 부합한다고 말 할 수 있지요.

▲조원장=한국에서의 사법심사기능은 상당히 미미하다는게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사법논리가 자유경제체제에 부합할수 있도록 법조인이 경제지식을 습득할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할 것으로 봅니다.

▲매니교수=자유시장경제의 이상적인 창달을 위해 이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법의 전분야에 걸쳐 경제적 사고방식에 입각, 적절한 결론을 이끌어낼수 있도록 변호사와 판사들을 위한 경제교육을 특별히 고안해야 합니다. 경제학 핵심개념들을 교육하기에는 방대한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미국의 여러 유수한 법대 및 연구소에서 실시하고 있듯이 잘 편성하면 단기간내에 소화할 수도 있습니다.

▲조원장=법조인이 경제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내에서 법치주의가 정녕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니교수=또 법관들은 자신의 주관적 선호에 따라 국민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임관된 것이 아니라 민간끼리 자발적으로 맺은 계약과 계약당사자들이 당연히 갖고 있는 합리적인 기대사항들을 집행해주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조원장=한국법조계에 대해서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법부가 오랫동안 소수정예원칙아래 독점적지위를 누려오면서 권위의식에 휩싸여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경제규모가 커지고 그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소수정예원칙의 근거들도 대부분 사라졌다고 봅니다. 매니교수께서는 이런 점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매니교수=법조개혁의 필요성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소송수요가 최근 10년간 급격히 확대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향후 형사범죄율증가, 형사피고의 보호 및 변론권 강화, 국민소득 및 경제규모의 확대, 경제활동의 복잡다기화등으로 소송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조원장=이 기회에 한국 법조계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지요.

▲매니교수=법조계가 규제완화작업에 당장 참여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성사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시장경제의 이념에 부합하는 법치주의를 이룩하려고 좀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노력할 때 규제완화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입니다.<정리=이백만·김병주 기자>

□약력

◇헨리 매니 교수

▲미예일대 법대 법학박사

▲미조지매이슨대 법과대학 학장겸 법경제학센터 소장

▲미변호사협회 법률교육위원회 위원

▲미변호사재단 연구위원

◇조석래 원장

▲일본와세다(조도전)대 이공학부, 미일리노이대 공과대학원 졸업

▲효성그룹회장

▲전경련부회장

▲한국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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