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외면·싼값 묶음판매… 하반기 시장 50% 감소 전망/「수입타이틀」 구매는 확산… 업체 도산·전업 잇따라첨단 멀티미디어매체로 각광받던 CD롬 타이틀산업이 업계의 안이한 자세로 고사위기에 몰려 있다. 유통시장은 헤어날 수 없을 만큼 왜곡, 침체돼 있고 업계의 투자의욕도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있다. 도산하거나 전업하는 업체가 늘고 있고 소비자는 내용이 빈약한 국산타이틀을 외면하고 있다.
국산 CD롬 타이틀 출시는 지난해의 3배수준인 매월 30편정도로 급증했으나 멀티미디어PC 판매확대에 따른 번들(묶음)시장의 증가분을 제하면 일반판매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초만해도 CD롬 타이틀산업은 장밋빛으로 비쳐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멀티미디어PC 열풍으로 오는 9월을 전후해 CD롬 드라이브 보급이 1백만대를 넘어서면 시장의 중심이 번들용에서 소프트웨어매장을 통해 판매되는 일반용으로 옮겨질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 지난해말 60%정도였던 번들제품의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하고 있다.
PC업체가 번들용으로 채택한 타이틀도 5∼6종에서 최근 10여종으로 늘어났고 멀티미디어키트 판매업체들도 번들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제작업체의 번들용 공급가격 또한 지난해말 최하 장당 3천원선에서 최근 2천원선으로 떨어졌다.
더욱이 값싸게 공급된 번들제품이 유통업체의 상술과 맞물려 일반유통시장으로 빠져나와 가격질서를 완전히 깨뜨리고 있다.
대신정보통신 최도식 차장은 『일반판매를 담당하는 용산전자상가의 유통상들이 번들제품의 공급만을 요구하고 있어 번들영업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최근 CD롬 타이틀의 실제판매가가 권장소비자가의 절반수준까지 폭락하는 경우도 빈번하며 일부 제작업체는 번들판매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소비자가를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상황이 악화하자 CD롬 제작업체 상당수가 94년초 편당 1억원을 넘어서던 제작투자비를 제품의 질에 아랑곳없이 최근 2천만원선까지 낮추고 있다.
일부 타이틀은 투자비절감을 위해 경쟁사제품을 단순히 모방,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수입타이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백여종이 늘어난 3백50여종이 수입되면서 일반판매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겨레정보통신 이정근 사장은 『현재의 시장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CD롬 타이틀시장 규모는 당초 기대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치는 2백억원대에 불과할 것』이라며 『제작업체가 국내외시장을 무대로 한 양질의 제품을 개발하고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유통에 나선다면 회생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주장했다.<백재호 기자>백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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