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동 등 진보적 요소 퇴색/“97년 대선겨냥 전략” 관심끌어새정치 국민회의가 26일 잠정확정한 12개항목의 강령안은 국민회의가 「중도보수」노선을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시말해 통일 정치 사회 경제등 주요분야에서 과거 야당의 「진보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퇴색하는 대신 보수중산층을 겨냥한 보수성향의 정책이 강령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김대중 창당준비위원장의 97년 대권전략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회전반의 보수화 추세속에 과거 야당과 같은 발상으로는 득표에 한계가 있다는 게 김위원장의 판단인 듯하다.
「보수선회」의 대표적 사례는 국가보안법의 조건부 개정을 추진한다는 대목이다. 국가보안법을 민주질서수호법으로 대체한다는 기존입장은 고수하되 남한체제를 부정하고 있는 북한의 노동당 규약과 형법도 동시에 개정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동안 보안법의 「무조건적」개폐를 주장했던 국민회의로서도 북한당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없으면 이를 실현할 수 없다는 「현실적 측면」을 수용한 셈이다. 두번째는 경제정책의 전환으로 특히 대기업에 대한 무간섭원칙이 시선을 끌고있다. 대기업은 이제 정부의 배려가 필요없을 정도로 성장, 자율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대기업을 경제정책의 시행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재벌에 대한 규제를 통한 경제력 집중의 완화를 주장하던 과거의 야당태도와는 크게 달라진 내용이다.
다만 국민회의는 사회정의와 소비자보호의 차원에서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을 토대로 최소한의 규제는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산업정책의 근간을 중소기업육성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분야에서 야당의 단골 공약이었던 농어촌 부채탕감, 도시서민의 세금경감이 빠지고 「절제된 복지」개념이 도입된 것도 보수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노동문제와 관련, 국민회의는 국제노동기구 수준의 노동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되 그 속도를 상황에 따라 조절한다는 탄력적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노동쟁의조정법상 제3자 개입금지조항 폐지나 복수노조허용 원칙은 고수하지만 그 시행시기는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정치분야의 경우 대통령중심제를 공식 채택하고 의회중심의 정치와 당운영 및 국민참여의 정치를 명시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강령에서 「의회중심의 정치」를 명기함으로써 내면적으로는 정국상황에 따라 내각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또 투표권 연령을 현행 20세에서 19세로 하향조정했고 대통령피선거권 연령을 40세에서 35세로 낮추었다.
또한 여성에게 모든 선거의 비례대표 후보중 절반을 할애키로 하고 기술자우대 풍토조성 및 국제테크노마트 개설, 환경예산과 개발예산의 연동제실시등이 눈길을 끄는 새로운 정책들이다. 김원길 정책위 부위원장은 『중산층중심의 국민정당을 지향하기 위해 온건보수색채를 강화했다』면서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정책들은 가급적 배제했다』고 말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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