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이 한미 담배양해록 개정에 동의했다. 미국이 벌써 받아들였어야 할 한국측의 개정요구를 뒤늦게나마 수용한 것은 그들에게 그래도 합리주의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지금까지 한미간에는 쇠고기에서 쌀·통신기기 및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통상협상이 있었지만 모두가 미국이 한국에 대해 호혜주의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끝없는 시장개방요구를 별다른 저항없이 수용해 왔다. 그런데 이번 한미담배양해록개정은 한국측이 기선을 잡고 미국측에 대해 불합리한 기존협정의 시정을 요구했던 것으로 한미통상협상의 일방성이 시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측이 이번 협상에 보여준 공평성과 균형의 양식있는 자세를 현안의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개정협상에서도 발휘했으면 한다. 한국측이 현재 불평등조약이라고 하여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한미간의 다른 제반협정에 대해서도 미국이 협력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면 한국국민의 대미관은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이 확실하다.
사실 한국측의 담배양해각서개정노력에 대해 미국측은 반대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측 제안은 오는 9월부터 실시되는 국민건강진흥법에 맞춰 미국담배에 대해서도 ▲한갑당 4백60원씩 일률적으로 물리고 있는 담배소비세를 담배가격에 따라 차등화하고 ▲연간 1백20회까지 허용하고 있는 잡지광고를 다른 나라 담배와 똑같이 연간 60회로 제한하며 ▲스포츠 문화행사후원시 담배명을 사용할 수 있게 했던 것을 담배제조회사 이름만 명시토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측은 당초 미국산담배들이 주로 고가이므로 담배세를 종량세에서 종가세로 전환하는 것은 미국산담배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또한 광고횟수제한도 판촉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 반대해왔던 것이다. 미국담배회사는 미국내에서도 로비가 막강하기로 유명하고 또한 미국정부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하다. 그러나 역시 그들도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입증된 담배에 대한 범세계적 금연운동의 대의를 거스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마약」으로까지 취급되고 있는 담배를 한국에서 한국법에 도전하면서까지 판촉하기에는 윤리적,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같다. 대신 미국측은 미국담배에 대한 차별금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시 이것은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어쨌든 담배양해각서개정을 관철시킨 것은 담배주권을 견지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담배보급억제이상의 뜻을 갖는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통상협상의 정석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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