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박물관사 돌아본다/사진자료·최초 포스터 전시/「발자취전」 등 한달간 기념행사/발전방향 모색 심포지엄도 열어「경복궁에서 처음 개관(45년 9월)―남산으로 이전(53년 10월)―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55년 6월)―경복궁으로 다시 이전(72년 8월)―구조선총독부건물로 이전 개관(86년 8월)」 광복 50년동안 이리저리 밀려 다녔던 우리 국립박물관의 서글픈 내력이다. 50년간 4차례나 이삿짐을 쌌던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정량모·정양모)이 9월11일로 개관 50주년을 맞는다. 박물관은 이를 기념하여 9월11일부터 1개월간 「국립박물관 개관 50주년 행사」를 펼친다.
가장 흥미를 끄는 행사는 「국립박물관 50주년 발자취전」(9월11일∼10월10일 중앙홀·제2기획전시실). 그동안 박물관이 주관했던 각종 전시회의 포스터와 전시도록, 유적발굴보고서, 박물관 변천사를 담은 사진자료등을 선보인다. 한국전쟁 직후 부산 피란시절에 열렸던 「제1회 현대미술작품 초대전」, 57년 첫 해외순회전을 위해 인천항에서 유물을 선적하는 일꾼들, 대형 불상이 전시관에 들어가지 않아 벽을 허물어야 했던 덕수궁 이전과정등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자료와 61년 첫 유럽순회전때 만든 포스터, 63년 국내 최초로 제작된 포스터인 덕수궁 판화5인전등 수난과 감격의 순간을 다시 볼 수 있다. 전시회를 기획한 소재구(39)학예연구관은 『준비를 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박물관을 지켜온 선배들의 노고를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74년부터 박물관이 개최했던 어린이미술실기대회 수상작 1백13점을 다시 보여주는 「어린이 미술실기대회 수상작 전시회」(9월11일∼10월10일 제1기획전시실)도 열린다. 박물관은 이 대회의 수상자들이 소장·중견화가로 자라났을 것으로 보고 현재 화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 9월12일에는 국내 박물관 관계자와 일본 도쿄(동경) 오도미술관 학예연구관들을 초청, 「국립박물관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학술심포지엄」도 열 계획이다.
1908년 9월 창경궁에 이왕가(이왕가)박물관 발족으로 시작된 우리 박물관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의 온갖 수난을 이겨내고 1945년 해방과 함께 국립박물관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자신의 역사를 갖게 됐다. 45년당시 5만9천6백22점에 불과했던 소장유물은 94년현재 12만 4천3백39점으로 거의 2배이상 불어났고, 46년 경주에서 처음 시작된 발굴조사는 지난해까지 1백31회에 걸쳐 소중한 유물·유적을 찾아냈다. 또 해방당시 4천5백여명이었던 관람객수는 지난해까지 5백54만9천1백6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76년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등으로 10여년간 계속된 「한국미술 5천년전」은 찬란한 한국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며 우리나라가 문화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량모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가시밭길을 걸어온 우리 박물관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명실상부한 민족문화의 전당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단순한 유물 전시기능에 머물지 않고 연구·사회교육·자료수집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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