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종교연관 상상력의 참 가치 주장/풍부한 동서양 역사적예증 재미 만끽「길을 잃으면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라」는 격언이 있다. 흔히들 오늘의 현실을 두고 방향감각의 상실이라든가 가치관의 부재등의 위기감 섞인 진단들을 하는데 정말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이성보다 카오스가 문명의 원리로 자리를 굳혀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 혼돈의 시점에서 옛 것에 대한 향수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앞서의 격언처럼 잃은 길을 다시 찾기 위한 자구적인 몸부림일 수 있다.
요즈음 부쩍 늘고 있는 신화, 원시종교, 신비주의등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해 봄직하다. 속칭 「뿌리찾기」니 하는 일들이 결국 지금의 제 위치를 정당화시키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연금술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읽었던 맹랑한 일같이 생각되지만 사실상 우리의 의식과 욕망의 뿌리를 드러내는 과거문화의 하나이다. 비천한 금속을 고귀한 황금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약, 그 약은 곧 죽어야 할 몸을 영생시킬 수 있는 불사약이며 온갖 재화를 창출할 수 있는 만능약이다.
연금술의 불사약에 대한 추구는 결국 모든 것이 소망스러웠던 신화시대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행위이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인간욕망의 총체화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금술은 과학사, 종교학, 심리학, 문학 제방면에서의 진지한 탐구대상이다.
최근 역간된 앨리슨 쿠더트의 「연금술이야기」(박진희 옮김·민음사간)는 이러한 연금술의 신비를 동서양 연금술의 풍부한 역사적 예증속에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서구 이성주의의 권위에 억눌려 사이비과학으로 이단시 되어왔던 연금술, 그것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근대화학으로의 교량역할에 있는 것만이 아니다. 지고한 경계를 향한 인간정신의 총화, 즉 무한한 상상력에 있다고 보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우선 연금술과 신화, 종교와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다음으로 연금술의 구체적인 내용을 신비스러운 이론과 제법을 중심으로 풀이해 나간다. 마지막 장은 중국의 연금술―도교에 관한 설명으로 할애되어 있다.
중국의 도교야말로 동서 연금술의 근원이자 지금까지도 살아 있는 연금술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연금술이 동·서양의 상상세계에 끼친 막대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오늘도 연금술적 세계에 살고 있다. 매일매일 만능과 불사의 효능을 선전하는 광고의 홍수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이화여대 중문과교수>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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