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서울컵 계기 「한지볼」 새바람 기대”/강호들 초청… 세계최고 기량 보여줄것/대회준비 완벽… 국민성원에 「비인기」 설움 씻길/올림픽 3연패 장담은 이르지만 해볼만□대담=유석근 체육부장
88년 9월29일은 한국체육사에 영원히 기록될 날이다. 88서울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던 이날 한국의 여자핸드볼은 구소련을 꺾고 올림픽 최초의 구기종목 금메달을 획득했다. 핸드볼인들조차 「한지볼」 「한데볼」이라고 자조할 정도로 환경이 척박했던 핸드볼이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투혼의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4년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핸드볼은 또다시 우승, 올림픽 2연패의 쾌거를 이뤘다.
핸드볼 낭자군의 투혼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창설된 것이 서울컵국제여자핸드볼 대회이다.
93년 첫대회가 열렸고 두번째인 95서울컵대회가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막된다. 한국과 덴마크 프랑스 러시아 중국 미국이 출전하는 이번대회는 1년 앞으로 다가온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한국이 3연패의 금자탑을 수립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계기도 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대회 조직위원장인 신박제(51·대한핸드볼협회장·(주)필립스전자 대표이사)씨를 만나 대회준비상황과 올림픽 3연패 가능성, 한국핸드볼의 발전방향등을 들어보았다.
―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세계강호들이 기량을 겨루는 이번 서울컵대회의 의의와 준비상황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번대회는 올림픽 2연패의 영광을 기념하고 핸드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제고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2연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참가팀들을 엄선했으며 이들이 세계최고수준의 경기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덴마크 러시아 미국등은 내년 올림픽에서 한국과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세계 최정상급의 팀들입니다.
우선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야 팬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을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회준비는 지난달 말 대회조직위를 구성하며 본격화했습니다. 최종엔트리를 마감한후 대회의 세부계획및 준비사항을 점검했는데 모든게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대회 개최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입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내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핸드볼로서는 경쟁국들의 전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할 좋은 기회입니다. 참가팀중 덴마크는 세계여자핸드볼의 흐름을 주도하는 유럽의 챔피언으로 내년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후보이고 러시아는 전통의 강호입니다. 그리고 이번대회를 통해 핸드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힘을 얻을 것입니다』
―지난 3월초 내분이 심했던 핸드볼협회의 수장으로 취임할 때 의외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떤 계기로 핸드볼과 인연을 갖게 되었습니까.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사실 올림픽에서 2연패했다는 것 외에는 핸드볼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인기종목의 어려움을 이겨낸 투지에 감동을 받은데다가 경영마인드로 협회를 경영하면 좋은 결실을 볼 것이라는 주위의 권유로 취임을 수락했습니다. 처음에는 핸드볼 인간의 반목과 질시때문에 약간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해의 폭이 넓어져 시간나는대로 경기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년 올림픽에서의 3연패달성여부가 국민적 관심사인데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우리선수들이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특유의 투지를 잘 결합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팀의 주축인 오성옥, 홍정호등은 이미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이어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하려는 서구강호들이 집중 견제를 펼 것이라 88년이나 92년보다는 분명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태릉에서 훈련중인 선수들을 찾을 때마다 사명감을 강조하며 앞으로 1년간 모든 어려움을 꾹 참고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쏟는 정이 각별한 것으로 소문 나 있는데.
『체격이 작은 우리 선수들이 서구의 거구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코트에 뒹굴때는 안쓰러움을 금할 수 가 없습니다. 특히 얼마전 미국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 가서는 선수들이 고된 연습과 경기중에도 직접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것을 보고 선수 뒷바라지에 더 세심하게 신경을 못 쓴 것을 반성했습니다.일차적으로 내년 올림픽때는 선수들이 현지에 미리 가 적응훈련을 할 수 있도록 대회 한달전부터 숙소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끝으로 국내핸드볼 활성화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보다 남자핸드볼의 정착이 중요합니다. 여자는 이미 궤도에 올랐지만 남자는 아직도 실업팀이 1개에 불과합니다. 연내에 1개팀이 새로 창단되도록 추진중입니다. 아직 확정단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밝힐수는 없지만 3∼4개 기업에서 팀창단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정리=정연석 기자>정리=정연석>
◎여핸드볼 세계정상 도전사/88올림픽 첫패권에 국민들 환호/92 바르셀로나때 또한번 감격/푸대접 종목이지만 “메달효자”
한국 여자핸드볼이 88, 92년 올림픽을 2연패하고 세계정상으로 발돋움하기까지는 숱한 난관을 헤치며 끊임없이 도전해야 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 명맥만을 근근이 이어오던 핸드볼의 존재가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79년이다. 아프리카의 적도국가 콩고에서 열린 모스크바올림픽 3대륙예선에서 핸드볼은 구기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본선진출권을 따냈다. 이때부터 핸드볼은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있는 종목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동서냉전으로 서방국가들이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거 불참하는 바람에 한국여자핸드볼의 올림픽본선 진출도 물거품이 됐다.
4년을 절치부심하며 기다린 한국은 84년 LA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 각광받았다. 그러나 올림픽 준우승의 한국여자핸드볼은 88올림픽을 2년 앞둔 86년 세계선수권에서 11위로 추락, 국내체육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서울올림픽 700일 강화훈련이 시작되면서 한국 여자핸드볼은 조금씩 세계선수권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엄청난 체력훈련으로 무장한 한국낭자군은 88년 9월29일 세계최강 구소련을 꺾고 구기종목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88올림픽때 한국이 따낸 금메달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은 여자핸드볼의 금메달로 나타났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메달권진입조차 어렵다는 예상을 깨고 신예선수들의 패기넘친 플레이로 또 한번 세계를 정복, 전국민을 흥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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