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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은총재의 책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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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은총재의 책무(사설)

입력
199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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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식 신임 한국은행총재의 최대과제는 부산지점지폐절취사건으로 실추된 공신력의 회복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윤여준 청와대대변인은 『김영삼 대통령이 이총재가 지폐유출사고를 철저히 수습하고 특히 한은에 필요한 내부개혁을 하는데 적임자라고 생각해 임명하게 됐다』고 그를 발탁한 사유를 명시했다.이총재의 임명에 대해서 한은·금융·재계·관계등에서 한은·정부·민간업계등을 두루 섭렵한 그의 다채로운 경력과 「무난한」실적을 감안하여 일단 「적임자」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는 것 같다.

특히 김대통령의 문민정부출범과 함께 경제기획원장관겸 부총리로 발탁, 경제팀을 이끌면서 금융실명제를 극비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 재무장관이었던 홍재형 부총리와 형성됐었던 조율이 두사람의 입지가 뒤바뀐 오늘의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총재가 과연 설립이래 최대의 위기에 서있는 한은을 부작용없이 환골탈태 하는 대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리더십, 비전, 균형력등 탁월한 복합적 능력이 요구된다.

이번 사고는 한마디로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말단사원이 폐기지폐를 절취한 것이나 그 사건을 본점이나 지점집행부에서 축소·은폐하려 했던 것은 한은이 아래에서 상층부에 이르기까지 직업정신과 윤리관이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 일차적으로 관련자들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한 지폐절취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보안과 감시체제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기초적인 시정이다.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 업무의 합리적 수행·조정과 중앙은행맨으로서의 직업정신의 회복을 위해서 조직·체제·제도의 개혁 및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혁명적개편은 한은의 독립성문제와는 별개로 추진돼야 된다. 한은맨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정부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아 온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의 중립성침해를 크게 우려해 왔다. 그러나 한은은 이 명분을 개혁저지의 구실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한은이 독립성을 지키자면 자기개혁에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총재는 한은개혁에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독립성을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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