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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복습(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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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복습(장명수 칼럼)

입력
199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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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폭우속에 상복차림으로 가족의 사진을 가슴에 안고 시위하는 삼풍백화점 사고 희생자 가족들의 모습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지 두달이 채 안 됐는데, 1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그 엄청난 사건을 우리가 벌써 잊어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성수대교 붕괴 사고, 서울과 대구에서 일어난 도시가스 폭발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등을 겪으면서 우리는 세계를 향해 얼굴을 들수없는 부끄러움을 느꼈고, 고속성장에 취하여 모래성을 쌓아온 우리자신을 한없이 자책했다. 그 자책과 부끄러움은 지금 우리들 내부에 무서운 채찍으로 살아 있을까.

우리는 너무 쉽게 과거를 잊고, 용서 하고, 되풀이 하고 있다. 격변하는 세월을 살다보니 이런 망각증세가 생겼다는 주장도 있지만, 격변의 많은 부분은 망각으로 인한 되풀이였다는 진단도 나올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나서 여론이 들끓을 때는 당장 의식개혁이 되고 세상이 달라질것 같지만, 곧 다음 사건이 일어나 그 전의 사건을 덮어버리는 사태가 계속돼 왔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게 진정으로 부끄러운 일, 자신도 남도 절대로 끝까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냉소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 도둑질 속임수 거짓말 폭력 부정부패 권력오용 무능 직무유기 부도덕등 오늘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온갖 비리중에서 신분과 직위를 막론하고 끝까지 용서받지 못하는 비리나 불명예란 과연 무엇일까.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을 붕괴시킨 부실공사보다 더 무서운 것, 더 부끄러운 것은 우리의 건망증이고, 반성할줄 모르는 마음이다. 이런 자세로는 계속 모래성을 쌓아 대형사고를 부르고,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고, 시민의식의 성장도 매우 더딜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우리는 끝없이 「부끄러움」을 복습하여 마음깊이 새겨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가 된 배경에는 정치 경제 문화등 모든 부문에 책임이 있지만, 특히 지도층과 관의 각성이 필요하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도시가스 폭발과 같은 대형인재를 겪은후에는 당연히 행정혁명이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관도 건망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잊지 말자 삼풍, 잊지 말자 성수대교… 하면서 각자 잘못한 몫만큼 부끄러움을 복습해야 한다. 부끄러워 해야할 일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회는 결국 희망이 없는 사회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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