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채 가시기전에 추석이 다가왔다.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벌초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추석은 민족의 명절이다. 오래 전해 내려온 고유한 여러 의식이 명절이면 되살아난다. 차례와 성묘 그리고 송편이 추석의 좋은 풍속을 대표한다.요즘 추석 풍속은 크게 변했다. 연휴동안 외국과 국내 휴양지를 가려는 사람들이 몰려 비행기표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이번에도 발리섬의 호텔과 설악산의 콘도에서 차례를 지내는 경우가 많을 듯하다.
벌초도 직접 가지 않고 돈으로 품을 사는 사례가 늘어난다. 송편도 집에서 빚지 않고 떡집에서 사다가 쓴다. 추석빔을 사는 것도 새삼스럽다.
그렇지만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는 고유한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중심을 지키고 있다. 명절날 도시에서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비행기 타고 휴양지로 떠나는 사람보다 월등히 많다.
이들 집안에선 온가족이 모여서 정성스럽게 차례상을 차린다. 비록 수입과일이 차례상에 올라간 것은 오래 됐지만 송편과 부침개와 김치는 대추 밤 배 감과 함께 자리를 잡는다.
차례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는 무엇보다 술을 올리는 것이다. 옛날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집안에서 술부터 담갔다. 제사술로는 맑은 술을 올렸다. 술 만큼은 정성이 깃든 것을 썼다. 가양주(가양주)의 전통이 여기서 나와서 지방 민속주로 널리 알려졌다.
90년 민속주 시판이 허용된 뒤 명절이 오면 우리 술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어른께 올리는 선물용으로 그만이고 도자기병에 담은 까닭에 제사술로 놓으면 보기에 좋았다. 음복후 뒷맛이 깨끗한 것도 인기였다.
그러던 민속주가 양주에 점차 밀리고 있다. 수입관세가 내리면서 양주의 광고 공세와 지명도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롯데백화점의 매달 주류 판매량은 평균 9억여원인데 민속주는 7천만여원으로 7.7%에 불과하다. 93년에만 물량이 달릴 정도로 반짝 경기가 있었다. 추석을 앞둔 열흘남짓한 기간에는 민속주 판매량이 늘어나서 작년에는 30%를 차지했지만 그때 뿐이었다고 한다. 앞으로 관세가 더욱 내리면 민속주가 설땅은 더 좁아질 것이다.
민속주의 성장 가능성은 보관 문제 때문에 문배술 홍주 안동소주 주등 증류주가 유망하다고 한다. 술의 도수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비싼 도자기 용기를 바꿔서 좋은 우리술을 살려야 한다.
올 추석 선물로는 순곡으로 빚은 우리술을 고르는 것을 권한다. 제사술로 우리술을 올리면 선조의 혼령이 기뻐하지 않겠는가.<생활부장>생활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