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후보 「반옐친」 구호 내세워 승리/정치 텃밭서 무너져 충격더해오는 12월 총선을 앞두고 전초전격으로 실시된 러시아 스베르들로프스크 주지사 선거에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의 「나쉬돔 로시야」(우리집 러시아)당이 패배함으로써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정국운영구도에 차질이 예상된다.
옐친의 적극 지원하에 창당된 나쉬돔 로시야는 총선 결과에 따라 옐친이 직접 키를 잡아 재선가도에 나서든, 또는 체르노르미딘을 대타로 내세우든 집권연장을 노리는 옐친의 이른바 「수권당」이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 제 3의 도시인 주도 스베르들로프스크(구예카테린부르크)는 옐친의 고향이자 그가 공산당 제1서기를 지낸 「정치적 텃밭」이라는 점에서 이번 패배의 파장은 옐친 진영에 상당한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무소속의 에두아르 로젤 전지사와 나쉬돔 로시야의 알렉세이 스트라호프 현지사간 양파전이었던 이번 선거는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끝에 로젤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2일 실시된 선거의 최종개표 결과 로젤은 총투표중 59.9%를, 스트라호프는 32.7%의 지지를 얻었다. 연방정부로부터의 경제적 독립과 지방예산 확대등 「반옐친」구호를 내세운 로젤이 현지사라는 프리미엄에다 4배나 많은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스트라호프를 물리친 것이다.
93년 연방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자치권을 갖는 우랄공화국을 출범시키려다 옐친 대통령의 노여움을 사 해임된 바 있는 독일계 로젤로서는 옐친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멋진 보복을 한 셈이다. 로젤이 날린 카운터블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선거가 갖는 더 큰 의미는 나쉬돔 로시야가 2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 12월 총선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를 한 점이다. 나쉬돔 로시야는 정부각료와 지방관리 유력경제인들로 구성된 막강한 조직력에도 불구,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산당의 9%에도 못미치는 5%의 지지율만을 기록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때문에 로젤의 승리는 12월 총선에서 야당세력들이 나쉬돔 로시야를 충분히 패배시킬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자칫하면 옐친이 재선운동에도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옐친이 고향사람들의 지지도 못받는 형편에 전체 러시아국민들로부터 어떻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크렘린궁과 나쉬돔 로시야측은 이번 패배가 스트라호프후보의 잘못된 선거전략때문이라며 의미 축소에 급급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가 12월 총선의 리트머스 시험지였다는 점에서 순탄치 않은 옐친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임은 분명하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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