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 비중줄고 면접강화로/용모 다듬기·웅변학원 북적/여학생들 살빼기 “단식 투쟁”/남성용 피부약도 불티나게 팔려취업준비가 점점 힘들어진다. 예전에야 주로 도서관에서 영어나 상식책따위를 붙들고 씨름하는 것이 전부이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신언서판을 두루 갖추어야 취업의 관문을 간신히 통과할수 있는 시대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마다 입사전형에서 필기시험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면접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은 용모에서부터 화술, 순발력등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준비를 할수 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여성계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같은 값이면 세련된 용모를 요구하는 경향도 갈수록 심해져 용모에 자신이 없는 여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실업계 여고생들의 「살과의 전쟁」은 눈물겨울 정도다. 병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찾는 것은 이미 보편화했고 기도원과 단식원에 스스로를 격리시킨채 초인적 의지로 「단식투쟁」을 감행하기도 한다.
강모(19·Y여상 3)양은 학창시절의 마지막 방학을 『이번에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각오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K단식원에서 고통을 견디고 있다. 강양의 기상시간은 상오6시. 하루종일 운동 사우나 요가등을 하면서 먹는 것은 물 녹차 야채즙이 고작이다. 제일 힘든때는 취침시간인 하오10시 전후. 「감량 10㎏」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린 배를 참고 억지로 잠을 청해야 한다. 『1백㎏이 넘는 체중때문에 취직과 결혼에 방해가 돼 들어왔다』는 대학생 오빠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그래도 낫다는 생각이 배고픔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위안이다.
단식원 원장 장미수(42)씨는 『이번 여름방학에만 실업계 여고생이 2백명가량 찾아왔다』며 『단식원이야 돈을 벌어 좋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서 취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용모가 중요한 것은 여학생들 뿐만이 아니다. 이재에 밝은 상인들이 취업준비생들을 겨냥해 내놓은 「남성용 피부약」이 대개 이때쯤부터는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얼굴이 유난히 거친것을 불안해하는 K대 산업공학과 김원복(24)씨는 『약효를 1백% 믿지는 않지만 행여나 하는 기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인기를 잃고 쇠락의 길을 걸었던 웅변학원도 최근에는 취업시즌을 앞두고 반짝경기를 누리고 있다. 눌변에 자신감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J학원에는 최근들어 말주변이 없는 대학생 수강자들로 평소보다 수강생이 50%가량 늘었다.
최근 광운대와 건국대 총학생회는 면접요령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테이프에는 선배들이 면접장에서 당했던 온갖 황당한 상황이 가상극으로 재연돼 있다. 테이프 제작을 직접 담당했던 광운대 졸업준비위원회 취업국장 강상원(26)씨는 『졸업한 선배들의 실제 사례중 알맹이만 모았다』며 『기존의 면접용 책자보다 훨씬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모와 언변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도 편안하지만은 않다. 새로 자원봉사 경력을 요구하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시작한 7월들어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는 자원봉사를 원하는 대학생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미처 자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평소같으면 멀찌감치 피해 다녔을 헌혈차량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대한적십자사 남부혈액원 최영민(30)씨는 『여름들어 거리에 설치된 헌혈버스를 찾는 대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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