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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일그러진 자화상/김상철 경제 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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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일그러진 자화상/김상철 경제 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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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회피와 전가, 안이한 현실인식, 근거없는 오만….지폐 불법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은행의 대응에서 이러한 모습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지폐유출 자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다. 지폐 유출사건이야 사람의 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는 말로 자위할 수도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한 일부 한은관계자들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태도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을 힘껏 외치는 한은의 또다른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고금액이 55만원이 아니라 3억5천만원으로 밝혀진 21일. 지난해 사건당시 사후처리의 책임자급이었던 한 임원은 『나는 공식적인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해야 하는 그의 위치로 보아 이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된다.

사건 관련부서인 감사실과 인사부 발권부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18일 한은은 『보안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직원 김태영씨가 55만원이상은 빼낼 수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김씨에 대한 부실한 자체 조사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한 한은의 발표치고는 너무 확신에 차 있었다. 경찰발표가 있은 후에도 한은 관계자들은 『그럴리 없다』 『경찰발표가 과장되었을 수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한은노조는 성명을 통해 『국민앞에 머리숙여 사죄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은행의 자율성과 한은독립이라는 국민적 염원이 침해당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은간부들의 이 사건에 대한 태도는 노조의 이러한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당시 관계자들의 책임회피성 발언에 대해 『조직구성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한은 고위간부의 자탄을 한은 관계자들은 모두 되새겨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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