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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백일 맞는 시라크 불대통령(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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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백일 맞는 시라크 불대통령(뉴스 메이커)

입력
199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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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신속군 창설주도·핵실험 등 저돌성 과시/「강한 프랑스」 신념… 국제무대 “돌풍의 핵”「불도저,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 태양왕(루이 14세), 선출된 황제…」

24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따라붙는 세계언론들의 이러한 온갖 수사는 그가 어떤 의미에서건 인상적이고 개성적인 데뷔를 했음을 말해준다.

7년 임기중 이제 석달 남짓한 기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국제정치외교가에서 돌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전임 미테랑 대통령이 14년전 취임초 우방국들로부터 「무난한 파트너」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것이 시라크의 지난 1백일이었다.

그는 다양한 국내외 문제에서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어느 국가지도자도 꺼리는 보스니아문제에 있어 그는 적극적으로 나서 신속대응군 창설을 주도하고 독자적인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나와 여러국가들을 당황케 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정면으로 반박, 언론들로부터 「미국을 놀라게 한 불도저」라는 별명과 함께 우유부단한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비교되는 서방 세계 지도자로 비춰졌다.

또 취임후 곧바로 원조보따리를 들고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 국제정치에서 독자 계보를 거느린 「보스국가」로서의 프랑스의 위상강화에 힘쓰는 등 드골리즘의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역사 청산문제도 그는 과단성있게 처리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인정하지 않았던 2차대전 당시 프랑스의 나치협조(유대인 인도)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하고 역사적 과오를 사죄했다.

국내문제에서는 실업퇴치를 국정 1순위로 세워 12%에 달했던 실업률이 다소나마 떨어지고 있고 그가 원하는대로 헌법도 개정해 교육 경제 사회분야의 개혁을 국민투표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집무스타일도 호평이다.

핵실험 재개결정은 그의 강단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이다. 이로 인해 외교입지가 크게 손상되고 국내적으로도 상당한 균열이 생기는 등 사면초가에 처해있음에도 그의 자세는 확고부동하다. 최근 프랑스의 여론조사기관인 SOFRE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59%가 핵실험에 반대하고 있다. 종합적인 국민지지도도 상당히 저하돼 시라크의 국정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5월의 59%에서 지난달 중순에는 44%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 프랑스의 영광 재현을 위해서는 힘의 우위를 지켜야 한다는 그의 현실주의적 신념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시라크의 지난 1백일에 대한 평가는 핵실험 재개결정으로 인해 종잡을 수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가 프랑스에 변화와 역동을 불어넣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냉전 붕괴후 새로운 국제질서 정립에 혼란을 겪고있는 국제무대에 터프한 개성파 신인배우가 등장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파리=송태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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