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어찌하여 부산지점 화폐유출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려 했던가. 한은의 누가 은폐를 지시했고 또한 그것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사원과 경찰의 조사가 끝나면 밝혀질 것이다.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경찰의 수사결과와 한은의 화폐유출사건처리실태만을 보더라도 한은이 이 사건을 가능한 한 축소, 그냥 덮어버리려고 했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화폐유출 규모가 한은이 발표했던 3회 55만원이 아니라 10회 3억5천여만원의 엄청난 규모라는데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범인 김태영은 기자들의 질문에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고 했다.
여기에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이 한은의 축소·은폐시도다. 한은본점은 사고를 처음 보고받고서 1주일뒤에 자체감사에 들어갔으며 그나마 그 조사에서도 범인 김태영 본인을 조사하지 않고 부산지점 관련자들의 말만 듣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또한 재무부(현 재정경제원)와 청와대 등에도 사건을 축소 보고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찰이나 검찰등 수사당국에 즉각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도 의문스러운 것이다. 한은이 뭐라고 변명해도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게 됐다.
화폐부정유출은 있어서는 안된다. 발권은행인 한은은 우선 이러한 부정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보완체제를 구축하고 원칙대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단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사건을 철저히 규명, 결코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후속대책을 세우는 것이 일의 순서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은이 이러한 도리를 망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다가 중앙은행으로서의 정직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다.
한은은 이번에 시중은행의 1개지점처럼 행동했다.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의 권위와 권능은 법률적인 권한 뿐만 아니라 전문성 및 높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미국의 FRB(연방준비위원회), 일본의 동경은행, 독일의 분데스방크등 선진3국 중앙은행 및 그 총재들의 권위는 대통령, 총리등 정치지도자들의 그것을 능가한다.
그 권위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품격에서 나온다. 레이건미행정부시절에는 폴 볼커 연방준비위총재의 발언이 뉴욕의 월가뿐 아니라 세계의 금융가를 지배했다.
한은의 은폐조작혐의는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오랫동안 낡은 껍질속에 안주해온 한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2의 생이 창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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