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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김탁환­방민호·고미숙 근대문학 병폐해소시각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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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김탁환­방민호·고미숙 근대문학 병폐해소시각 맞서

입력
199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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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학과 순수문학 위상논쟁/“전통문화의 창조적 수용따른 소통단절 극복” 주장에/“민족문학 역량인정·지배이데올로기 편견해소를” 반박/우리문학의 미래위한 생산적 결실 기대최근 문단에서는 이른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이분화와 우리 문학의 미래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계간 「상상」의 94년 겨울호 특집 「동아시아문화 제대로 보기」에 실렸던 작가 이인화씨(류철균으로 기고·이화여대 전임강사)와 국문학자 김탁환씨의 글로 촉발된 논쟁은 계간 「실천문학」과 「문학동네」 가을호 등에 그 두 편의 글을 반박한 논문이 게재됨으로써 본격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당시 우리 문단의 병폐를 새로운 시각으로 진단하면서 전통문화의 창조적 수용을 주창했다. 문단에서는 이같은 논쟁이 생산적인 결실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천문학」에 「대중문학의 복권과 민족문학의 갱신」을 기고한 평론가 방민호씨는 계간 「상상」의 글들이 지난 1백년동안의 근대문학을 작가주의나 엘리트주의이며 지금 필요한 문학은 장르주의문학·독자의 문학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두 사람의 주장의 배후에는 민족문학 전체에 대한 강한 혐오감과 80년대 진보적 문학이념에 대한 지배이데올로기의 자신감 회복이 자리잡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또 고급문학과 대중문학의 분리 및 독자의 침묵이라는 근대문학의 숙명을 문학 담당층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학작품의 생산과 소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적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고 문화산업의 논리를 문학의 논리로 환원하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방씨는 그러면서도 공지영의 「고등어」나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불러온 현상에 대한 일부 진보문학진영의 비판은 대중의 문학적 요구를 비평적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보적 문학은 「방법론적 개인주의」에 투철하여 대중문학이 될 때라야만 자신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상」의 동아시아 문화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부제로 「문학동네」에 실린 국문학자 고미숙씨의 글은 「상상」의 글들이 안고 있는 문학사적 왜곡과 근대의 망실을 지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조선후기의 엘리트문화와 민중문화 사이의 소통은 엘리트계급의 자기정체성이 확고했기 때문이 아니라 민중문화의 상승에 따른 위기국면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했다. 또 근대에 신분이 해체되면서 질에 따라 다기하게 문화가 분류되어 나가는 점진적인 변화를 비평가의 등장이나 근대문인들의 열등감에 의한 것인듯 주장하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것이라고 말한다.<김범수 기자>

◎늦여름문단 쟁점촉발 이인화·김탁환의 글 요약

○「독자의 왕국」

1백년전 우리의 중세는 필사의 시대였고, 하나의 텍스트 속에 작가와 작품, 독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시대였다. 독자들이었던 필사자들은 중세에 소설을 유통시키고 새로운 소설을 창작하도록 만든 사람이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비평가들은 서구문학을 잣대로 그 독자들을 하나 둘 지워나갔다. 이때부터 우리 문학시장은 크게 둘로 나뉘어지게 된다. 침묵하는 독자가 움직이는 자리와 비평가를 대표주자로 내세워 끝없이 담론을 생산하는 독자가 움직이는 자리가 그것이다. 80년대 후반의 지도비평이 한 정점을 보여주는 비평제일주의는 작품의 부재라는 파국을 맞고 있다. 비평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작가와 독자의 직접 만남이 정착되고 있다. 비평가들은 이제 독자의 움직임을 관념적으로 재단하기에 앞서, 그 흐름들을 바라보는 비평가 자신의 근대적 시각이 얼마나 독자의 입장에 서 있는지를 자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김탁환 국문학자>

○「근대문학의 엘리트 문화적성격」

이제 근대문학의 일방적인 관점으로부터 벗어나 중세와 근대를 재검토하고 문학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민족문학은 한문학과 한글문학으로 나뉘어진다. 엘리트문화로서의 한문학과 민요 잡가 시조의 민족어문학, 곧 민중문학은 서로 적대적이고 계급적인 것이 아니었다. 엘리트문화의 가치와 자기정체성이 확고했기 때문에 엘리트계급은 민중문화와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기획할 능력과 여유가 있었다.

근대문학의 입지는 상층 부르주아문화의 부재, 지식인사회의 빈곤과 정치적 분열등으로 허약한 입지를 지니고 있었다. 근대문학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부정하고 왜곡된 문화구조를 창출하는데 기여했다. 이제 근대문학이라는 사이비 엘리트문화의 교조주의로부터 벗어나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한 진정한 고급문화를 창조하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가 건강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문화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이인화 이대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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