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기억안나” 신빙성에 의문/수없이한 범행연습 발각 안됐나한국은행 부산지점 지폐유출사건은 범인 김태영(40)씨가 단독으로 당초 한국은행 발표액보다 훨씬 많은 3억5천여만원을 훔친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으나 공범여부와 유출액수등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있다.
가장 큰 의문은 김씨가 과연 혼자서 이같은 거액을 유출시킬 수 있었겠느냐와 빼돌린 돈이 김씨가 진술한 액수뿐인가 하는 점이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도 이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검·경은 아직 공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나 일단 단독범행일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은행 직원들의 경우 중앙은행 행원이란 자부심이 강하고 보수면에서도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데다 작업시작이나 휴식시간등이 거의 같기때문에 집단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한 한두명의 정사실 직원들이 범행에 가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또 범인 김씨의 경우 정사기 조작 및 수리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았고 그 덕분에 정사기와 세단기에 부착된 마그네틱센서를 조작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쉽게 돈을 빼낼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 공범 가능성을 떨칠 수 없는 것은 김씨가 5개월여에 걸쳐 범행을 했고 사전에 지폐를 빼내는 범행연습을 수없이 반복했는 데도 10명이나 되는 다른 정사실 직원들이 감쪽같이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22일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김씨가 범행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정사기내에서 분쇄되지 않은 채 수집통으로 떨어진 돈중 일부가 정사기 밖으로 삐져나와 과연 김씨가 범행을 하는동안 다른 직원들이 몰랐겠느냐는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
또 다른 의혹은 범인 김씨가 유출한 돈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대로 10차례에 3억5천만원 뿐일까 하는 점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이같이 자백했지만 정확한 범행일시와 금액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케하고 있다.
예를들어 김씨는 초기에는 한번에 23만원정도를 빼돌렸다고 진술했으나 정사기는 1초에 10매정도를 고속 처리하기 때문에 2∼3초간만 범행을 하고 정사기를 멈추는 것이 가능한 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2월 5천만원, 3월 4천만원, 마지막 범행인 4월26일에는 7천2백65만원등 한번에 수천만원씩 빼돌려 유출액수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행 부산지점측은 김씨의 범행을 확인하고도 면직하는 선에서 마무리해 퇴직금까지 지급했고 당시 박덕문 지점장등 고위 간부들이 김씨의 거액 증권투자내역등이 기록된 비밀노트를 입수하고도 상부에 보고는 커녕 김씨에게 되돌려줘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 본점도 당시 합동조사반을 부산에 내려보내 3일간 감사를 폈지만 김씨에 대한 조사보다는 부산지점 보고서를 토대로 형식적인 조사를 한 점도 석연치않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한국은행 발족이후 최대 지폐유출사건인 만큼 검·경의 수사가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며 이를 계기로 보다 안전한 화폐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부산=박상준·목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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