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년, 특히 지난 30여년동안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지속, 개인소득 1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선진국 수준에 성큼 다가서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교육·문화등 삶의 질은 후진국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18일 정부는 우연인지 몰라도 이 사실을 인정하는 통계자료를 발표, 정부의 개선책에 큰 기대를 가져본다.통계청이 유엔·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기구 통계를 기초로 작성한 「통계로 본 세계와 한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1백47개국중 국민총생산(GNP) 12위(93년),교역액 12위(93년)등으로 총량지표에서 상위권 국가무리에 속해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사망률과 산업재해율이 세계 최고이며 물가상승률이 높고 환경오염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고도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장의 그늘이 대부분의 사회부문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휴가동안 한 농촌마을에 들렀다가 전해들은 농촌지도자의 한탄은 오랜 가난에서 겨우 벗어난 우리나라 농촌사람들의 사고의 불균형을 대변하는 것이기에 안타까웠다. 70년대 한때 유행했던 조상 묘지가꾸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것이다. 산소에 돌로된 석인, 석수, 비석, 상석등 이른바 석물을 놓아 꾸미는 행사가 다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소가꾸기는 그 자체만으로는 효행의 한 표현으로 높이 살 만하다. 다만 산소가꾸기 그 자체가 보이기 위한 효행의 일부요 일종의 부의 과시행위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농촌지도자에 의하면 석물을 설치하려면 묘지 한 기당 석물값만 3백만∼5백만원이 들고 잔치비용을 합치면 1천만원 가량이나 손에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잔치도 도를 넘어 손님 한명당 도시락 한개, 술 한병, 음료수 한병, 소화제에 심지어 술깨는 약까지 대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수건등 번듯한 선물도 반드시 준비해야 예의를 갖췄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한 민속학자는 『석물놓기가 옛날에는 왕족이나 양반들 전유물이었다가 반상제도 철폐이후 반발심리로 농촌에서부터 행해지기 시작했다』면서 『최근의 현상은 다소 부유해진 농촌과 이농해 성공한 농민자제들의 일종의 자기과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진사회의 규범은 모든 사고와 행동이 개인이나 소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인류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통계청의 경제성장이 가져온 사회적 불균형 지적은 적절한 것이다. 이 기회에 성장가도에서 일부계층에 번지고 있는 사고의 불균형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기획관리 부장>기획관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