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기관 뒤흔든 중병에 메스/액수넘어 축소·은폐흔적 국가신용 치명타 판단감사원이 21일 한국은행 부산지점의 폐지폐 유출사건과 관련, 한은 및 재정경제원(당시 재무부)을 상대로 특별조사에 나선 것은 국가 통화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사안이 조직적으로 은폐·축소되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다.
국가의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에서 거액의 현금이 제멋대로 유출되었을뿐 아니라 이에 대한 조사·보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의 공신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우선 김태영(40)씨 단 1명으로부터 뒤늦게 밝혀진 유출액수가 55만원이 아닌 무려 3억5천만원이란 점을 중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정도 액수라면 적어도 자체조사에서 밝혀져야만 했고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측은 자체조사결과 유출액수가 고작 「푼돈」에 불과하다고 발표, 결과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감사원은 특히 이같은 중대사안이 해당기관과 재무부의 실무자선에서 묵인됐다는 설명만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보고있다.
감사원은 한은이 이같은 사안 발생시 지체없이 감사원에 통보토록 돼있는 감사원법을, 재무부는 1년에 한번씩 한은에 대한 업무감사를 하도록 돼있는 한은법을 각각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법 제29조는 「범죄나 현금 물품 유가증권등의 망실 또는 훼손사실이 발견된 때에 해당기관장은 지체없이 소속장관 또는 감독기관의 장을 경유, 감사원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은총재는 지체없이 재무부장관을 경유해 감사원에 폐지폐유출사실을 통보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또 재무부는 한은법 제40조에 따라 1년에 한차례씩 하도록 돼있는 한은에 대한 업무감사를 지난 82년이래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법에 따라 하도록 돼있는 감사원의 회계검사만으로는 이번과 같은 폐지폐유출사건을 적발해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업무감사대상이며 재무부가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감사권포기이자 직무유기로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원측은 이에 대해 『감사원이 업무감사와 회계검사를 함께 실시해 왔기때문에 별도로 실시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를 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한은독립과 관련한 재무부와 한은간의 「껄끄러운 관계」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유야 어쨌든 감사원은 재무부쪽의 「감사권 포기」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이번 특별조사는 일단 이 사건의 보고주체와 대상, 보고내용, 사실은폐·축소여부등을 캐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조사결과 묵인 내지 은폐·축소사실이 밝혀질 경우 보고선상의 최고책임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대대적인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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