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는 지금도 전시체제”/「놀라운 효율성」 한계 부딪혀… 극복책도 제시일본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첨단을 걷고 있지만 곳곳에서 사회주의적 특성이 나타난다. 자본과 경영이 철저히 분리돼 경영이 우위에 있고 노사관계는 대단히 타협적이다. 국민들은 좀체 불만표출을 하지 않으며 실제로 큰 불만을 느끼는 것같지도 않다. 왜 그럴까.
「1940년 체제―전시경제」(동양경제신보 간)는 「일본형 경제」의 탄생과정을 해명한 책이다. 이 책은 종전 50주년을 맞아 쏟아져 나온 책들 중에서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 노구치 유키오(야구 유기웅) 히토쓰바시(일교)대 교수는 경제평론과 TV토론등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그는 일본경제의 핵심을 국가총동원법(1938년)등으로 실현된 전시경제체제의 지속및 강화로 파악한다.
주주의 이윤추구보다 종업원의 공동체성격이 강한 「일본형 기업」은 총동원법에 의한 배당제한과 주주권리 제약의 결과이며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임금체계는 군수물자의 지속적 생산을 위한 노동이동 통제와 전시임금통제의 산물이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산별노조보다 기업별 노조가 강하고 하청제도가 제조업계의 특징이 된 것은 군수물자 증산을 위한 긴급조치의 영향이다.
일본은 또 1942년 식량관리법으로 지주의 권리를 대폭 약화시키고 소작인의 경작권을 보호, 전후 토지개혁의 기반을 확립했다. 「일본주식회사」는 농민 종업원등 직접생산자 보호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운영되는 거대한 군수산업체와 다름없다. 전쟁목적에 봉사하기 위한 이 체제는 전후에도 해체되지 않고 무역전쟁에서 놀라운 효율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일본형 경제도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 생산자 위주의 체제를 생활자위주의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커지고 고비용의 일본형 고용이 격심한 국제경쟁으로 깨져나가고 있다. 엔고를 피한 산업의 해외이전으로 공동화문제도 심각해졌다. 저자는 전시경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대대적 수정작업을 그 극복책으로 제시하고 관료주도의 기형사민주의가 아닌 진정한 사민주의의 확립을 촉구하고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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