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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관련 「제4부」 기능충실/이재경 이대교수(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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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관련 「제4부」 기능충실/이재경 이대교수(나의 지면평)

입력
1995.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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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설·칼럼 공론흐름 책무수행/광복특집도 우리실상 반성에 큰도움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의 취중발언으로 시작된 전직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설 파문이 8월 온국민의 대화를 독점했다. 여기에는 한국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역할도 컸다.

한국일보는 4일부터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사설도 네차례이상 실었다.

매일 2∼5면에 걸치는 지면을 통해 이 사건의 배경과 정치적 의미, 앞으로 정계에 미칠 파장, 그리고 전두환·노태우씨의 움직임등을 상세히 전했다.

서전장관이 비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의 공개부터 다양한 기사와 사설, 칼럼을 통한 공론흐름의 유도등은 고전적인 언론의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특히 부당한 권력의 행사와 이를 이용한 부정을 감시하는 것은 제4부로서 언론이 수행해야할 중요한 책무이다.

이 사건의 공론화로 우리나라의 정치문화 특히 정치자금의 형성과 운용방식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언론의 기능을 긍정하면서도 한가지 아쉬움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 언론은 아직도 철저하고 신중하지 않은 보도관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은 사실과 의견을 독자에게 전한다. 양자중엔 두 말 할 필요없이 사실의 비중이 더 크다.

4천억원 비자금설에 관한 기사를 주의깊게 읽은 사람은 그 많은 내용가운데 견고하게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서석재씨가 모처에서 몇명의 기자들에게 전했다는 말뿐이라는 점에 당혹한다.

우리는 현직 장관이 한 이야기는 그대로 기사화할 수 있다는 보도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해프닝은 그같은 관행의 산물이다. 장관이 무엇을 얘기했다는 것은 전체중에 하나의 사실일 뿐이다. 신문은 그것만 전하면 되는가.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은 장관의 문제이고 마는가. 신문은 기사내용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는가.

이같은 보도자세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다. 선진국의 기자와 언론은 관료가 제시하는 정보는 취재를 시작하는 하나의 자료로만 삼는다는 자세를 견지한다. 그들은 해당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취재원을 접촉한뒤 나름대로 독자적인 판단의 근거를 명확하게 확보했을때 비로소 기사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같은 시각에서 보면 검찰 수사의 종결을 시비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수동적 보도자세라 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일보는 광복절을 맞아 다섯차례에 걸친 특집기사를 실었다. 「광복 50, 다시여는 반세기」라는 제목으로 친일잔재의 문제부터 일제에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 안방에 스며드는 왜색문화의 실태, 학문세계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와 악화하고 있는 무역역조의 문제등을 예리한 시각으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특집은 우리의 실상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일깨워준 의미있는 기사들이었다.

이 특집기사의 소갯말은 우리의 광복이 완전한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부끄러운 역사의 청산을 주장한다. 선진국의 문턱을 향해 앞으로만 향해있는 우리의 시선을 잠시나마 뒤로, 과거로 돌리게한 힘을 가진 기사였다.<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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