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결정시기 넓혀 「뜻」 관심/대표명칭 「격하」 독점지위 불허민자당이 18일 당무회의에서 의결한 당헌·당규개정안은 예상대로 현행 지도체제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대표의 명칭을 대표위원으로 환원했지만 「총재―대표위원―당3역」의 계선적 골격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외형적 구조는 달라진게 없다고해도 지도체제의 기본성격은 몇가지 점에서 확연히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당운영의 전권을 장악해 친정체제를 대폭 강화할 수 있게끔 당헌의 주요부분이 수정됐기 때문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통령의 임기만료 1년전부터 90일전까지」로 돼있던 대통령후보 선출시기를 「임기만료 90일전까지로」로 개정한 것이다. 여권관계자들은 『법체계상 「…부터」라는 규정은 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 노태우대통령시절 당시 김영삼 대표의 후보조기 가시화요구를 견제하기 위해 무리하게 삽입된 것을 정상환원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권 일각에서 후계구도논의가 산발적으로 제기돼왔음을 감안할때 이 규정의 수정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않다.
이와관련, 당안팎에서는 『후계구도 가시화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포석』『오히려 늦추기 위한 것』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있다. 또 김대통령이 야권의 두김씨를 겨냥, 내년 4월 총선에서 복수의 차세대군을 드러내 3김시대청산과 세대교체의 메시지를 보다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로 김대통령의 복안을 딱잘라 말하기는 어려우나 어쨌든 김대통령은 자신의 구도에 따라 언제든지 후보가시화 시점을 택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한 셈이다.
두번째는 「지구당 선거인단」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출토록 한 규정을 삭제, 총재가 당무회의 심의와 대표위원의 제청을 거쳐 공천권을 행사토록 한 대목이다. 원내총무 경선제의 폐지에 이어 당세계화의 상징처럼 내세워온 국회의원 후보자의 상향식 선출방식마저 포기한 것이다.
여권핵심부가 경선방식 폐지에 따른 비판여론을 의식하면서도 굳이 이 부분을 삭제한 것은 김대통령이 공천권을 틀어쥐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달 말 김대통령이 당직자조찬모임에서 지방선거 후보공천과정의 잘못을 지적하며 『총선후보자를 한사람 한사람 일일이 챙기겠다』고 말한 것을 당헌에 명문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하나 눈여겨볼 것은 대표를 대표위원으로 사실상 「격하」시킨 것이다. 청와대관계자는 『지난 2월 김종필씨가 탈당한 공백을 메운다는 차원에서 대표위원의 명칭을 대표로 바꿨으나 명칭에서 몇가지 혼선이 있었다』며 『당의 대표는 엄연히 총재』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명칭변경이 권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대표위원은 당무회의를 주재하며 당무위원들을 대표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게 옳다』고 밝혔다.
이처럼 총재직할체제하에서 대표위원의 권한과 책임이 과거 대표때와 달라질 것은 별로 없을 것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김윤환사무총장이 대표위원이 될 경우를 상정, 여타 중진들에 비해 지나치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여권핵심부의 원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당헌개정안은 주요대목마다 총재의 장악력을 대폭 강화하고 당분간 특정인에게 우월적 힘이 급격히 쏠리는 것을 견제하는데 초점을 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선제등 당세계화의 주요업적으로 내세웠던 각종 개혁장치를 거둬들이는 자가당착을 범했음도 부인할 수 없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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