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마땅하나 슬픔에 우발적 행동 참작”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이광렬·이광렬 부장판사)는 17일 조남호 서초구청장 폭행사건으로 구속된 삼풍참사 유가족 박봉섭(48·경기 성남시)씨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청구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이날 박씨를 석방했다.
재판부는 『현직 구청장을 쫓아가면서까지 폭행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때 박씨를 구속함이 마땅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박씨가 삼풍백화점붕괴참사로 딸을 잃어 당시 큰 분노와 슬픔에 빠져있었던 점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은 박씨와 같이 삼풍참사로 가족을 잃고 슬픔과 절망에 빠진 유가족들이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지내면서 군중심리에 의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인 점등도 참작, 박씨를 석방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삼풍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조구청장이 집단폭행당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을 선동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씨의 딸(19)은 2천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여섯식구가 사는 가정형편으로 스스로 진학을 포기, 올해 고교졸업후 곧바로 삼풍백화점 점원으로 취직했다.
딸은 적은 월급이나마 쪼개 매달 생활비를 보태고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에게도 꼬박꼬박 용돈을 드려온 효녀였다.
지난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소식을 들은 박씨는 밤낮으로 현장과 병원을 돌며 찾아다닌 끝에 15일만에 백화점 지하1층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딸을 찾아냈다. 발견당시 딸의 시신상태는 불과 얼마전에 숨진듯 말짱했다. 발견된 장소도 최명석군이 구조된 곳에서 불과 몇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구조작업을 벌였다면 살 수 있었을텐데…』 박씨는 땅을 치며 통곡했다. 딸을 잃은 슬픔만큼이나 대책마련에 소홀했던 서울시 관계자등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올랐다.
가슴속에 삭이고 있던 박씨의 분노는 지난달 29일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삼풍희생자 위령제」에서 조구청장이 다리를 붙잡고 흐느끼는 할머니를 밀쳐내는 모습을 본 순간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저 놈 잡아라…』는 박씨의 외침은 다른 유가족들의 흥분을 촉발시켰고 결국 사태는 조구청장에 대한 집단폭행으로 이어졌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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