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언론인인 해미시 멕레이씨는 한국의 통일에 관해 매우 시사적인 말을 했다. 「2020년의 세계」라는 저서에서 그는 독일 통일은 결코 한국에 완전한 선례가 못된다고 갈파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통일은 독일보다 한층 쉽게 이뤄질 수도 있고 또 훨씬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세가지 쉬운 이유와 네가지 어려운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그가 제시한 각각의 이유를 보자. 한국은 독일통일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무엇인가를 보았기에 무조건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동독같은 의존성 문화에 빠져들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적 성공은 서독에 비해 한층 더 감동적이다. 이게 통일의 쉬운 측면이다. ◆그러나 남북한 통일은 북한의 내부 불안에 의해 촉발될 것이다. 북한은 상당한 군사력을 갖고 있으며 어쩌면 핵무기까지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북한 주민들은 서방 TV를 시청할 수 있었던 동독인에 비해 서방의 사조에 덜 노출돼있다. 한국은 독일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5년이란 짧은 기간에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남한수준으로 끌어 올릴만큼 충분한 자원이 없다는게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한국의 통일 과정은 독일과 아주 다를 것이라는게 멕레이씨의 전망이다. 한국의 통일은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형태보다는 쌍방이 극적인 협조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그의 통일전망의 기조다. 그리고 그는 통일시기를 2010년에서 2020년사이로 예측한다. ◆그가 왜 통일시기를 이처럼 늦춰잡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2000년초에 통일이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한국의 경제 비계(지)층이 독일처럼 두껍지 않은 점만을 보더라도 통일의 시기를 앞당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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