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돌발 냉기류에 “때 아니다” 판단/“2+2방식 평화안 지금상황선 북측반대 뻔해”/쌀지원 정책 비판여론·최근 미중 갈등도 작용김영삼 대통령의 광복 50주년 경축사에는 당초 알려진 것 처럼 「획기적인 대북 제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우리측의 기본원칙을 천명했을 따름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나 국내정세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 북측과 관련 당사국들에 대한 동시적인 제의내용을 담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당사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한국전쟁 관련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는 이른바 「2+2방식」의 평화체제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대북 화해노력은 물론 관련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정지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안승운 목사 납북, 쌀 수송선 억류등 예기치 못한 악재가 겹쳐 남북관계는 급속히 나빠졌다. 쌀 제공을 계기로 남북대화채널 유지를 위한 베이징(북경) 3차 남북당국자회담마저 무기연기되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의 질책이 쏟아졌다. 여기에다 미국과 중국간에 형성된 심각한 냉기류도 풀리지 않고 있다.
결국 김대통령은 이같은 여건과 상황을 감안, 충격적이고 획기적인 대북제의 대신 민족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의 중요성을 거듭 밝히면서 이전의 원칙론을 재천명한 것이다. 이는 대북제의를 통해 정국의 돌파구를 열거나 국면을 바꿀 여건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내용에 상관없이 제의 자체가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를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대단히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따라서 북한이 노골적으로 반대할 것이 뻔한 제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그러나 광복 50주년이 되는 올해야말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 해라는 점에서 평화체제 전환에 우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예고한 경축사 내용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경축사중 『통일에 대한 환상적인 기대도 성급한 포기도 금물』이라는 표현이 대북제의가 유보되고 경축사의 내용이 크게 바뀌게 된 상황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년반 동안 북한과의 접촉 협상등을 통해 얻은 정부의 북한관이 잘 정리된 표현으로 보인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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