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여사 때문에 미얀마 또는 양곤발 외신기사가 심심찮게 들어온다. 미얀마는 버마의 새로운 국가명이고 양곤은 수도 랭군의 새이름이다.미얀마의 군사정부가 지난 89년 버마와 랭군은 영국식민지시절 영국인들이 현지 발음을 제대로 참고하지 않은채 지은 식민지냄새가 나는 이름이라면서 새 이름을 지어 내외에 선포했다.
그런데 문제는 서구의 언론들이 새이름을 좀체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새이름을 써주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등 아시아권 언론뿐이고 서방언론에선 계속 버마와 랭군이다.
서방언론들이 미얀마 양곤을 도외시하는 데는 특별한 설명은 없다. 다만 그들의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호칭을 쓴다는 관행존중의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덧붙인다면 그같은 개명이 정통성을 인정받는 정부에 의해, 국민투표와 같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결정이 아니라는 점, 반서구적 발상에서 이뤄진 개명이라는 점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떠오르는 것이 한성이다. 중국과 대만의 언론은 서울을 한성이라 쓴다. 언론만이 아니라 정부간 공식문서에서도 그렇다. 버마와 랭군의 경우조차 언론과는 달리 국가간의 공식문서에는 미얀마와 양곤이다.
한성은 한양의 다른 이름으로 조선왕조시대의 도읍명이다. 서울이란 이름은 해방후 1946년 미군정시대 수도명 제정위원회에 의해 제정됐다. 고어 「서라벌」에 어원을 둔 순수 우리말이다.
지금 서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대 국제도시이다. 유독 중국인들만이 서울을 한성이라고 쓰는 것은 현지명을 존중해주는 국제관행에 비추어도 어긋나는 일이다. 중국이 워싱턴과 런던을 화성돈 윤돈으로 쓰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점은 확연하다.
이 문제에 대해 서울주재 중국대사관에 물어봤다. 대사관직원의 답변인즉 『한국정부가 제작한 홍보책자를 보라』는 것이었다. 정부간행물에도 서울이 아닌 한성인데 우리보고 어쩌라는 것이냐는 답변이었다. 『한국정부가 서울의 한자어 이름을 제정한다면 중국측도 참작해 볼 것』 이라는 데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유구무언의 심정이었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는 서울의 한자이름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어찌된 일인지 흐지부지 됐다. 중국과의 국교수립전이었기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국교를 맺은지 4년째이고 오늘이 광복 50년이 되는 날이다.
나라의 기초는 GNP만으로 튼튼해지는 게 아니라 하나씩 원칙을 세워 이를 다져가는데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국제2부장>국제2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