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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는 「총독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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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는 「총독부」(사설)

입력
199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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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주년의 환희속에 오늘 구총독부건물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첨탑이 철거된다. 「역사교훈의 현장으로 보존해야 한다」는등 철거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총독부건물은 그 꼭지인 첨탑의 철거를 시작으로 96년말이면 과거 역사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게 됐다.70년가까이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총독부건물은 우리 민족의 한의 상징이었다. 첨탑제거현장을 광복 50주년 기념식전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행여 총독부건물 철거가 일과성 행사나 한풀이로 끝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철거엔 반대도 적지 않았던 만큼 그만한 철거의의를 찾도록 노력하고 그 의의를 앞으로 역사발전에 살려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반대했던 사람들의 아쉬움도 어느정도 달래질 것이다.

무엇보다 총독부철거의 의의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우리 주위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일본잔재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반일을 부르짖으면서도 감정에 치우쳐 우리 자신이나 주위를 정리 청산하는 것을 소홀히 한 면이 없지 않았다.

첨탑철거는 이같은 작업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총독부건물 철거로 당장 오욕의 역사가 말끔히 사라지고 일제잔재의 청산이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번 기회에 아픔은 아픔대로 정리하면서 지난 50년간 혼란을 극복하고 다져온 국가발전의 토대를 통일로 연결하려는 결의를 굳게 한다면 총독부건물 철거의 의의는 살아있다고 할 것이다.

어차피 시작된 철거라면 아무리 굴욕적인 역사도 역시 역사라는 관점에서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철거과정을 모두 기록영화로 담는 것은 물론 이 건물에 관한 자료를 빠짐없이 챙기고 철거백서도 발행해 후세 연구등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을 철거의 기본자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철거와 파괴는 다른 것이다.

이번 철거로 국립중앙박물관은 또다시 궁한 살림을 살게됐다. 광복된지 50년이 되도록 아직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립중앙박물관 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나라의 수치다. 그나마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설계도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박물관의 철거가 시작돼 걱정이 많다. 구총독부철거의 망치소리가 이같은 불안을 씻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는 새 국립중앙박물관건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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