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흑 인종벽 허물기 “앞장”/회원들과 틈나면 할렘가·고아원 방문/이민 1.5세 「따뜻한 한국인」 심기 열정어린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5세대」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미국생활속에서도 가슴 한켠에 한국인이라는 자의식을 담아두고 사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미국최대의 종합금융회사 JP모건에 근무하는 제임스 리(27)씨도 이러한 1.5세대 가운데 한 명이다. 미국 동북부지역 전문직종 이민 1.5세대들의 모임인 y―KAN(young Korean American Network)의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국사회의 고립된 섬」처럼 인식되곤 하는 한인동포사회를 미국사회와 연결시켜주는 다리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부모세대의 피땀어린 희생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미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었던 대부분의 1.5세대들은 축복받은 세대』라고 스스로 감사해하는 제임스 리씨는 4살때 부모를 따라 이민왔다. 1.5세대들이 대부분 그렇듯 힘들게 가게를 꾸려나가면서도 자식교육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덕에 뉴욕대 경영학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스위스은행에 입사, 월가에 첫발을 딛었다.
현재는 JP모건에서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전문가로서 주로 금융기관의 시장개발 품질관리 고객관리등 업무전반에 대한 리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틈만 나면 회원들과 함께 할렘의 빈민가나 고아원등 소외된 흑인 히스패닉계들이 살고 있는 곳을 찾는다. 『의사소통이 힘든 이민 1세대들과 달리 이들과 피크닉도가고 운동경기도 하면서 인종간 벽을 허물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것이 1.5세대들의 장점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특히 고아원을 찾아 에이즈에 걸린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고아들을 대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아이들은 순수합니다. 이들에게는 「한국인은 잘먹고 잘살면서 한인 이외의 다른 사회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없습니다』고 말하는 그는 이들에게서 인종간 화합과 미래를 발견한다.
회원들의 열의 하나로 지탱해온 모임이 벌써 여섯해를 맞았지만 여지껏 사무실도 없을 정도로 어려움은 적지 않다. 기반을 어느정도 갖춘 한국계 기업이나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본국의 지상사들도 많지만 조금씩 들어오는 기부금은 대부분 별 관계도 없는 미국기업들로부터 들어온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는 『우리들이 하는 일의 의미를 잘 이해하려 하지 않는 부모세대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 제임스 리씨의 말이다. 『지금까지는 부모세대들이 우릴 가르쳐주었지만, 미국사회에서 당당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법은 우리가 부모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과제』라는 그의 말이 당돌하게만 들리지는 않았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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