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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왕국 일에 검은 「총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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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왕국 일에 검은 「총그림자」

입력
1995.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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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 등 폭력조직외 일반인 불법소지 급증/권총강도 활개·장난 총질도… 「안전신화」 옛말「칼의 나라」일본에서 총이 활개를 치고 있다. 대낮에도 발포사건이 잇따르고 장난삼아 총질을 해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히로시마(광도)의 한 출판사가 일본 전국의 고3학생 3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9.5%만이 「일본은 평화스럽다」고 응답했다.「안전국가 일본」에 대한 자체의 평가가 지난해 89.1%의 3분의 1로 떨어진 것은 옴진리교사건의 직접적인 여파이지만 불안의 요인으로 16.3%가 총기범죄의 증가를 들어 일본에서 총기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는지를 확인시켰다.

야쿠자의 존재가 소니의 워크맨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총기가 문제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말보다는 주먹, 주먹보다는 칼, 칼보다는 총이 앞설 수 밖에 없는 것이 암흑가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최근까지「폭력계와 무관한 일반인들은 손대지 않는다」는 야쿠자의 불문율이 존재해 총기범죄는 폭력계 내부의 일일뿐 일반시민들의 안전여부와는 무관했다.

그러나 지난 92년을 고비로 폭력단이나 우익단원등 전통적인 불법총기소지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불법총기소지가 급증하고 일반인들이 마구잡이로 총기범죄의 대상이 돼가면서「안전신화」를 허무는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연간 불법총기소지 적발건수가 이미 93년에 1천6백정을 넘어섰다. 그중 일반인들의 총기소지만도 4백70여건에 이르렀다. 경찰에 적발되지 않은 실제의 총기소지는 10배는 되리라는 것이 총기전문가들의 추산이다. 매년 2백건이상의 발포사건이 보고된다.

지난 3일 저녁 도쿄 하츠조지(팔왕자)시의 슈퍼마켓 「난페이 오와다(대화전)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 여고생 2명과 친구를 만나러 왔던 여고생등 3명이 권총강도에게 사살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슈퍼폐점시간 (하오 8시) 직후 침입한 것으로 보이는 강도들에게 양손을 묶인 채 38구경 총탄을 맞고 숨진채 발견됐다.

바로 전날인 2일에는 백주에 교토(경도)시 노상에서 오토바이를 탄 2인조 남자가 정차한 승용차를 향해 수차례 발포, 건설회사사장 이시리 스이헤이(정고수평, 59)씨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시리씨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린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청부살인에 희생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지난달 25일 사이타마(기옥)현에서 덤프트럭운전사가 경찰의 참고인 출두요구에 권총을 들이대 경찰 1명을 납치, 경찰과 수시간 동안 대치했다가 권총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총기소지가 확산되면서 단순히 재미삼아 또는 감정상의 이유로 총을 난사하는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2일새벽 후쿠오카(복강)현 이즈카(반총)시의 실내스케이트장 주차장에서 남자 4명과 여자 2명이 승용차옆에서 잡담을 하고 있던 중 뒤에서 다가온 흰색 승용차에서 갑자기 숏건(산탄총)이 발사돼 트렁크를 구겼다. 정체불명의 승용차는 혼비백산해 두대의 차에 나눠 타고 달아나는 이들을 1이상 따라와 두대의 차에 또다시 산탄총을 발사하고는 사라졌다.

지난해 도쿄에서는 한여대생이 골목길에서 권총을 겨누고 있는 청년에 장난하지 말라고 소리치다 총이 발사돼 가슴을 관통당한 사건이 있었고 지바(천엽)현에서는 4개월간 8인의 여성이 공기총에 맞는 연쇄총기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같은 범죄에 사용되는 총기는 대개 밀수되거나 장식용으로 격발장치등을 제거해 시중에서 합법적으로 팔리고 있는 총을 개조한 것, 또 옴진리교처럼 아예 자체에서 제조한 것등이다.

파괴력이나 정교성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밀수에 의한 총기의 범람이다. 이달초 시즈오카(정강)경찰서는 참치잡이 원양어선에 남아공에서 구입한 총과 실탄을 실어날라 폭력단등에 공급한 선원밀수조직을 적발했다. 현장에서 압수된 것은 권총 1백95정과 실탄 4천발이었으나 그동안 1천정이상을 밀수한 것으로 밝혀냈다.

일본의 안전신화는 세계적인 총기범람의 물결속에서 소리없이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야쿠자조직의 침투설이 분분한 바다건너 한국에도 따라서 짙은 우려가 드리워질 법하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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