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개편 가닥 민자 역학관계/「소방수」 넘어 당 관리력 강화예상/안착여부 계파불신 해소에 달려민자당이 「김윤환 대표체제」로 개편될 경우 「김체제」의 성격과 역할한계, 그리고 당내중진들간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 문제는 우선 당3역등 후속 라인업이 어떻게 짜여지느냐는 것과 함수관계를 이루겠지만 기본적으로 김체제에 상당한 무게와 권한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의가 없다.
물론 15대총선, 나아가 차기대선과 관련한 김영삼대통령의 장기적 정국복안과 여권세력 관리구상이 분명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또 지방선거이후 소용돌이치던 정치권의 세력재편 움직임이 「8·15 대사면」에 따른 구정치인력의 대거합류로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정국판도도 극히 불안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처럼 불가측한 정국상황하에서 「김윤환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 자체가 여러가지 함축적 의미를 담는다고 해야 할 것같다. 한때 민주계주변에선 『김사무총장이 대표가 된다 해도 그것은 연말 또는 연초에 이르는 한시적인 체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적잖았다. 당내 민정계의 동요등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일시적 「소방수」로서의 제한적 역할밖에 맡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8·15사면의 폭이 그동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등 김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이 크게 선회하는 조짐이 최근 뚜렷이 발견되자 이같은 관측도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 바꿔말해 비록 개혁의 기치를 지키면서 「꿩잡는게 매」라는 현실노선이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국정중심세력의 형성도 과거와 같은 도식적 틀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유력시되는 김체제는 김대통령과의 교감아래 당관리와 당정관계에서 어느때보다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아도 일단 무리가 없을 것같다. 이와 관련, 여권 고위관계자는 『허주(김의원의 호)에게 당운영의 전권이 주어질 것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모든 것은 그가 앞으로 하기에 달린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반면 이 관계자는 『향후 김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운영이 탕평적 색채를 강하게 띠겠지만 당분간 특정인 한사람의 독주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김총장에 대한 일정의 역할한계를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총장에게 당을 맡길 경우 「여권관리」차원에서 상응하는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겠지만 현단계에서 세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여권핵심부의 생각이 김총장과 전적인 공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대표―총장」의 라인업을 놓고 민정·민주계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내부적인 조율이 미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로운 민자당체제의 안착여부는 어떤 의미에서 사람의 문제라기 보다 오히려 당내계파간의 뿌리깊은 불신을 얼마만큼 해소하는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15대총선을 불과 9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개편될 당직진용의 큰 줄기가 잡혔음에도 불구, 변화될 당내 역학구도에 대한 기대와 불만이 교차되는 것은 이같은 사정때문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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