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북한인사들이 더러 왔다. 그리고 유럽, 아프리카들을 여행하다가 외교가나 노동현장에서 가끔 북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이들을 만날 때마다 받는 인상은 대개가 입이 없고 무뚝뚝해 보이는 전사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논리를 맞춰 제대로 말을 하는 사람들을 혹 만나도 흔히 북한언론이 말하는 내용외에는 절대로 더 나아가지 않으려 한다.
사회학자 대니얼 러너는 한 사회의 페쇄성을 측량하기 위해 『당신이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사용했는데 피질문자가 질문내용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내가 대통령이 되다니오』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중단하는 정도면 폐쇄성 정도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이런 조사를 한다면 아마도 한두 사람을 빼고는 모두 답변을 거부할 것이다. 세계의 대표적인 폐쇄사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북 외교팀은 이런 북한사회의 폐쇄속성을 간과한채 덤비고 있다는 것이 완연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을 돕기 위해 쌀을 실어 보낸다는 것에 스스로 들떠 치밀한 준비없이 배를 보냈다가 태극기가 강제로 끌어내려지는 수모를 당하더니 이번에는 스파이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아예 배 자체가 억류당했다.
북한의 사회구조를 프로페셔널하게 대처했더라면 한국외교능력을 먹칠하는 이런 결과는 낳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대북외교는 적어도 두가지 면에서 근본적인 재고가 있어야 한다.
첫째는 외교관은 정치가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북한에 40억달러짜리 경수로를 건설해 주겠다고 한 것, 북한에 15만톤의 쌀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결단이다.
그러나 어떻게 40억달러짜리 원자로를 북한에 건설해 주며 쌀 15만톤을 전달할 것인가는 정치아닌 철저한 실무적 내지 실리적 차원에서 외교이익이 나도록 이행돼야 한다.
정치적 결단에 의해 원자로를 제공하게 됐으면 외교팀은 원자로 제공과정에서 한국기술이 지배하는 외교결과를 만들어 낸다든지 막대한 양의 쌀을 줄때 북한이 이를 정중히 받아들이려는 절차를 밟도록해 남북화해의 계기를 만들어 내는 국가이익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대북한 외교팀들은 이런 외교성과를 만들기 보다는 나라 망신만 시키고 있다.
미 의회가 2차대전후 1천억달러를 유럽복구자금으로 내놨을때 마셜국무장관은 이 복구자금을 쓰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엄청난 조직을 만들었다. 패전국 일본의 경우도 1945년 8월 국왕이 항복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외교관들은 그 참담한 와중에서도 연합국측에 천황제는 살려달라는 끈질긴 외교를 벌여 결국 성공했다.
외교는 정치결정을 거만한 자세로 상대방에게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결단을 갖고 상대방과 씨름하면서 국가이익을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사회는 남한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고위층의 일부가 남한과의 교섭을 바라고 있고 쌀도 얻어내려 한다해도 국민이나 일선병사는 여전히 명령 하나만 떨어지면 「남조선을 까부술」태세가 돼있는 전투원들로 남아있는 것이다. 북한은 매우 위험한 사회체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
때문에 북한과의 교섭에는 쌀을 주든 원자로를 주든 구체적인 단계에까지 세밀하고도 책임한계가 분명히 보이는 합의를 한후 일을 진행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되고 북한사람들의 인도적 구호에 도움이 된다면 원자로 1기가 아니라 2기라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며, 15만톤이 아닌 30만톤의 쌀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외교팀을 갖고는 정치적 결단규모가 크면 클수록 나라망신만 시킬 것이다. 북한외교를 감당할 수 있는 외교구도가 다시 그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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