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살고 있는 곳은 뉴욕 맨해튼에 인접한 자그만 동네다. 토박이들이 아직도 많이 살고 있는 깨끗하고 한적하기 그지없는 이 동네에 가끔씩 천지를 뒤흔드는 사이렌소리가 울려퍼져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기자 역시 처음엔 『미국도 민방위 훈련을 하나』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해답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어느날인가는 「왜앵」하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보니 새벽4시반이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다음날 옆집사람에게 씩씩 거리며 『도대체 저 빌어먹을 사이렌소리는 정체가 뭐냐』고 물었다. 그친구는 『화재나 교통사고같은 일이 터 질때 자원봉사자들을 부르느라 그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것도 몰랐냐는 표정과 함께. 작은 동네에서 급히 사람을 모으는데는 사이렌이 최고라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고보니 매일 등하교시간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학교 근처 건널목에서 깃발을 들고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이 떠올랐고 도서관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이 외국인에게 공짜로 영어를 가르쳐준다는 사실도 새삼 겹쳐졌다.
시골인심이 아직 남아있는 조그만 동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뉴욕의 관광명소 사우스 시포트항에 정박전시중인 목선을 먼지마셔가며 청소하는 사람들도 자원봉사자들이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각국 말로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사람들 역시 박물관 직원이 아니라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이다. 사회봉사단체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교통비나 떡값 하라고 돈한푼 쥐어주는 것도 아니고 종합생활기록부의 사회봉사점수가 필요한 사람들도 아니다. 세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현장도 물론 아니다.
때로는 삭막하기 그지없어 보이기도 하는 미국사회지만 새벽에도 자원봉사자를 찾는 사이렌이 당당히 울려퍼지고, 묵묵히 사회한구석에서 정성을 보태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 곳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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