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광복 50/다시 여는 반세기:8­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광복 50/다시 여는 반세기:8­1

입력
1995.08.12 00:00
0 0

◎한·중·45년생 전후세대 지상 대담/“역사교훈 바탕 번영의 동반자로”/마음앙금 자극말고 상호신뢰·교류 키워야/문화·지리 공통점 토대 세계주도국 위해 공동노력을한국일보는 광복50주년을 맞아 광복된 해에 태어난 한·중·일 전후세대 3명에게 3국관계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보는 지상좌담을 마련했다. 과거청산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있는 3국관계를 전후세대의 눈으로 짚어보면서 전향적이고 건설적인 미래상을 찾아 보려는 취지이다.<편집자 주>

―한중일 3국 국민들은 과거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상반된 입장에 서 있었고 지금도 감정의 앙금을 쉽사리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귀하는 전쟁이 끝날 때 태어나 전후 변모하는 격변의 세월을 살아왔다. 상대국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이왈종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가 발전하면 그 결실은 문화 예술로 승화된다. 중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 속에서 키워온 뿌리깊은 독창적 문화예술을 간직하고 있고 자존심과 긍지 또한 대단하다. 현재도 그렇지만 다가오는 2000년에도 그들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점치며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

▲쉐 크차오(설극교) 『한국과 중국은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관계가 단절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한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중국과 대립되는 국가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을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경제가 발전된 국가로 보고있으며 한국국민은 단결돼있고 근면하며 자강불식의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배울점이 많다고 본다.일본은 2차대전의 침략국으로 전후 미국의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고 이제는 경제적으로 미국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일본으로부터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토 도루(좌등철)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무엇보다도 지독한 마늘냄새가 인상적이었다. 「마늘파워」라고 할까 잠재력과 파이팅을 느끼고 있으며 대단히 활력이 넘치는 나라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노력도 눈에 띈다. 중국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 뿐이다. 전체적으로 아직은 수준이 낮고 특히 교육수준은 20∼30년전의 일본을 보는 듯하다』

―성장하면서 상대국가에 대한 견해에 변화가 있었는가. 있었다면 계기와 동기는 무엇인가.

○상대 장단점 취사선택

▲쉐 『전후 중국인민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했다. 그러나 세계정세의 변화와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3국간의 교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세대 역시 일본 군국주의 죄상을 잊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절대다수 국민들도 이같은 역사적 교훈을 잊지않을 것으로 믿는다.

나는 3국의 인민이 상호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장단점을 취사선택 하는 가운데 공통점이 많은 문화배경을 기초로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사토 『관심이 주로 기술부문에 있었기 때문인지 솔직히 사회적 역사적인 관심이 별로 없었다. 한국은 대체로 산업발달면에서 낙후된 나라라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업무를 통해 실제로 접해본 한국은 기술흡수의 속도가 빠르고 일본의 기술을 흡수, 소화하려는 의욕이 대단했다. 중국은 그저 큰나라라는 생각뿐이다. 지난해 처음 중국에 가봤지만 특별히 인상이 달라지거나 한 것은 없다』

▲이 『유년기에는 교육등을 통해 중국은 「오랑캐」, 일본은 「침략자」라는 식으로 두 나라는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언론 매체를 통해, 또 중국과 일본을 여러 차례 여행하면서 그들이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민족이란 인상을 받았다. 특히 도덕성과 국민성, 사회 현실면에서 그들과의 차이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다면 이는 무엇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토 『솔직히 어떤 응어리가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역사에 대해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학교나 그 밖의 어떤 곳에서도 전쟁에 대한 역사교육을 받지 못했다.

최근 몇년간 보도를 통해 여러 얘기를 들었지만 아직도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한다. 최근 무라야마(촌산부시)총리가 얘기하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반성」이 옳은 것인지, 우익인사들이 주장하는 「불가피하고 정당한 전쟁」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일 과거사죄 꼭 해야

▲이 『일본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주변 국가들을 침략해 못살게 굴고도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잔인한 민족이다.

몇 년 전 중국 여행 도중 일제가 30만명의 중국인을 죽인 난징(남경)학살 사진전을 보고 그 참혹함에 경악했다. 일본은 반드시 과거의 죄과를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쉐 『중한일 3국 인민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상대에 대해 품고있는 앙금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마음속 깊은 곳의 앙금은 다음의 두가지 요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는 역사상의 불유쾌한 사건때문이다.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만 우호관계에 좋지않은 영향을 주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는 각국의 정세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데서 비롯 됐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점은 우호증진과 빈번한 내왕을 통해 점차 해소될 수가 있을 것으로 본다』

―만약 귀하의 자녀가 상대국민과 결혼등으로 인연을 맺는다면 귀하는 어떻게 받아 들이겠는가.

▲이 『진실로 사랑한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 세대의 원한을 2세에까지 물려줘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일제에 직접 당한 경험이 있는 집안에서 자녀가 일본인과 결혼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쉐 『매우 좋은 일로 생각할 것이다. 주변에서도 나쁜 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대상을 찾을 때 바른 사람을 찾고 진정한 감정의 기초가 있어야 한다』

▲사토 『본인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본인들이 좋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일본인끼리의 결혼이건 국제결혼이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들인 경우는 가문을 지켜야한다는 점에서 딸에 비해서는 다소 거리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국으로부터 서로 배울 점이 있다면. 상대국에 대한 장단점을 말해달라.

▲쉐 『한국민의 장점은 단결심이 강하고 근로의욕이 높은데다 자립심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의 지도자들도 결단력과 영도력이 있고 거시적인 견해를 갖고있으며 현대적인 관리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단점이라면 나라가 작고 자원이 부족하며 시장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본도 한국과 장단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토 『한국의 장점은 무엇보다 활력이라고 생각한다. 기술발전의 속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신 전국적인 고른 발전이 아니라 대도시, 특히 서울에 집중된 발전형태는 시급히 수정돼야 할 것이다. 또 기술발전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과정에 충실하려는 노력, 정확을 기하려는 노력등이 요구된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두르지 않는 느긋함, 무진장한 인적 물적자원등이 무엇보다 부럽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들도 제대로 관리하지않으면 오히려 발전에 장애가 된다. 일본이나 한국의 전철을 밟지 말고 처음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을 산업발전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중국인과 일본인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약속을 잘 지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캄보디아 국왕 시아누크가 크메르루주에 의해 제 나라에서 쫓겨났을 때 중국이 그를 받아들여 돌본 데서 느낀 바이지만 중국은 의리를 아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또 일본인은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다.

두 나라는 또 예술을 사랑하고 문화를 소중히 여긴다. 중국 여행 당시 당나라 시대의 시인 이태백이 1년간 머물며 놀다 간 곳을 안내원이 입이 닳도록 자랑스레 설명하는 것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 고베 대지진 때 무서우리만치 침착하게 행동한 일본인의 국민성에 놀랐다. 그러나 그러한 저력으로 그들이 언젠가 때가 되면 재무장해 주변국가에 치명적 상처를 줄 것이라는 경계심을 떨칠 수가 없다』

―미래지향적인 3국 관계를 위해 어떠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보는가.

▲사토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의 발전과정에서 일본이 현실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갈것은 분명하다. 이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지난날 우리가 침략당한 것은 나라가 허약했기 때문임을 명심해 우선 나라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진정한 선린 관계는 힘이 바탕이다.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도덕성이 견고해지면 과거와 같은 비극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문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종속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문화적인 종속이다.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문화 후진국은 영원한 후진국을 면키 어렵다는 점을 절감해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3국 경제적 보완관계

▲쉐 『미래 3국의 우호를 위해서는 응당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역사의 교훈을 잊지말고 역사의 비극이 재연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한다. 이를 위해 3국은 교육을 중시해야하며 특히 일본은 후세에 군국주의 방지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3국은 경제적으로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또 교통이 편리해 협력에 곤란이 없다. 셋째는 문화교류등 각종교류를 자주해야한다. 공통점은 보존하고 차이점은 상호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2000년대에 3국은 세계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 통일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본다. 중국은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빠른 경제성장으로 2000년대 아시아의 중심국이 될 것이다. 일본도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받고 못살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일본은 이들 나라의 견제로 어려운 처지가 될 수도 있다. 한 중 일 3국은 문화적 지리적 근접성을 토대로 아시아와 세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세력권을 형성할 것이다』

▲쉐 『2000년까지 5년이 남았다. 3국간의 우호관계는 앞으로 강화될 것이고 3국의 경제도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본다. 세계상의 지위와 역할도 오늘에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토 『3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정상의 산업지대를 이루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본과 한국의 기술교류, 특히 일본의 기술이전 노력이 계속 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과 중국간의 교류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

중국은 발전의 여지가 많아 상당기간 고속성장을 하겠지만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발전의 속도가 현재보다 많이 저하될 것이다』<정리=유동희·오미환 기자>

□약력

◇이왈종

▲화가

▲1945년 8월 11일 경기 화성 출생

▲서라벌 예술대학 동양화과, 건국대 교육대학원 졸업

▲추계예술대 교수를 거쳐 현재 작품활동에만 전념

◇쉐 크차오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부연구원

▲1945년 4월 5일 랴오닝(요녕)성 다롄(대련) 출생

▲베이징(북경)대 동방언어학과 졸업, 사회과학원 석사

◇사토 도루

▲니콘 망원경사업실 차장

▲1945년 9월21일 도쿄(동경) 출생

▲조지(상지)대 기계공학과 졸

▲67년 니콘광학사업부 입사, 27년째 근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