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나 없나 궁금 여전/정황·과거관행상 “있을것” 무게/규명안되면 소문·설 꼬리물듯전직대통령의 비자금은 있나, 없나. 검찰은 일단 『비자금 4천억원설은 전직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검찰의 발표가 있었지만, 정치권 금융권 재계 주변에서는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설은 오히려 그럴듯한 정황증거까지 곁들여지면서 확대되고있다. 깊숙한 금융정보를 갖고있는 여권의 한 인사는 『서전장관의 실수가 「비자금 없음」으로 등식화하기는 곤란하다. 이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미묘한 말을 던졌다.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되지않는 이유는 전, 노씨가 재임기간중 엄청난 정치자금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는 『두 전직대통령이 정치자금을 다 썼겠느냐. 일부는 퇴임이후를 고려해 남겨두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있다. 5, 6공때 정치자금의 흐름에 접근했던 인사일수록 이런 추측에 수긍한다. 한 중진의원은 『총선이나 대선때 지원금을 감안하면, 과거 청와대의 정치자금은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추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청와대 정치자금의 규모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실례는 적지않다. 87년 대선을 전후해 전씨는 노당시후보에게 2천억원 정도를 선거자금으로 지원해주었다. 당시 권부의 내막을 잘 아는 한 인사는 『6·29선언 직후에 전씨가 노후보에게 사조직 구축비용으로 7백30억원, 선거때 1천3백억원을 주었고 퇴임때 5백50억원을 남겨주었다』고 말했다. 모두 2천5백8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지만 이 돈은 민정당에 내려보낸 지원금은 제외한 액수이다. 때문에 전씨가 재임중 조성한 정치자금의 총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볼 수 있다.
노씨도 전씨에 결코 뒤지지않을만큼의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게 정설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92년 『추석이나 연말 청와대에 50억∼1백억원을 주었다』고 폭로한데서 알 수 있듯이 6공때도 청와대는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거둬들였다. 작고한 정일권 전국회의장은 본사 실록청와대 취재팀에 『92년 대선때 전씨를 찾아갔더니 전씨가 「나는 선거자금을 몽땅 지원했다. 노씨도 5천억원 정도는 갖고있을테니 절반을 YS에게 주라고 조언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전씨의 말을 감안하면, 5공 6공이 어마어마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비자금설의 요체는 전·노 두 전직대통령이 이 돈을 재임중에 다 썼느냐, 아니면 일부를 남겨두었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두 전직대통령측은 『거의 다 쓰고 남은 것은 품위유지할 수준』이라고 말한다. 특히 5공 인사들은 『전전대통령은 퇴임후에도 국가자문회의 의장으로 영향력을 갖고 자금을 조성할 수 있다고 착각, 노전대통령에게 있는대로 다 주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전직대통령의 씀씀이, 금융권의 은어, 몇차례의 검찰조사 등으로 미루어볼 때 비자금의 존재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지않을 수 없다. 특히 검찰은 현 정권출범직후,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동화은행비자금사건 등 3∼4차례의 조사에서 5백억원 규모의 6공 비자금계좌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또한 『전직대통령의 친인척 기업인이 대신 비실명자금을 실명화했다』는 말도 끊이질 않고있다. 전직대통령이 측근인사, 경호팀, 각종 경조사등 행사에 쓰는 돈을 역산하면, 9백여만원의 국고보조금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정황때문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설은 꼬리를 이어가며 확산되고있다. 그 진위가 명백히 규명되기전까지는 소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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