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속전속결 수사/계좌 실재여부 규명등은 미흡/서 전장관 「실언」 해명에 그쳐「전직대통령 4천억원대 가·차명계좌 보유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 발언의 파문을 조기진화하는 선에서 마무리 국면을 맞고 있다.
『정치권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버티던 검찰은 『파문진정을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자 9일 하룻동안 서전장관과 실명전환설 발설자 9명을 조사하는 등 초고속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이 속전속결식 수사로 얻은 결론은 실명제실시 이후 슬롯머신이나 카지노쪽의 검은돈을 둘러싼 뜬소문이 여러 사람을 거쳐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풀리고 각색돼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비자금 보유」로 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같은 결론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가능성 차원을 넘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최초발설자로 추정되는 이재도(전 제일은행 압구정지점 대리·35)씨와 카지노업주 계좌의 차명인이라는 설이 떠돌고 있는 호텔업자 이창수(43)씨가 현재까지 검거되지 않아 반전의 여지는 남아있다.
그러나 검찰이 1천억원의 「카지노 자금」이 입금돼 있다는 씨티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창수씨 명의계좌를 조회한 결과 이 은행 본점과 전지점에 「이창수」라는 명의의 계좌는 12개가 있으나 예금잔고가 모두 1천만원대 이하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최종발설자에 대한 조사가 더 진행돼야 정확한 진위를 가릴 수 있겠지만 1천억원대의 카지노 또는 슬롯머신 자금을 소유한 전주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구나 여러사람을 거치면서 보유설의 전주가 카지노업자에서 슬롯머신업자로, 다시 전직대통령 측근등으로 변질되고 비자금 규모도 1천억원에서 4천억원으로 「뻥튀기」됐던 점을 고려할 때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보유설은 사실무근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수사결론은 여권실력자인 서전장관이 무책임하게 내뱉은 말을 해명하는 것이지 이번 비자금설 파문으로 제기됐던 근본적인 의문 즉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장관이라는 공인이 몇차례나 비보도를 요청하며 기자들에게 「메가톤급 내용」을 발설한 배경이나 ▲실명제 추진세력중 한명인 한이헌 경제수석에게 변칙전환방법을 물어봤을 정도로 서전장관이 믿게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김일창씨가 단지 순간적인 거짓말로 전경환씨를 들먹였는지 등에 대한 답도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검찰은 현재 이러한 의문에 대한 규명은 뒷전에 놔둔채 『5공 핵심측근운운은 김씨가 서전장관에게 부탁하면서 각색한 것』이라고만 강조하고 있다. 서전장관의 「무책임성」을 의도적으로 흐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결국 검찰은 이번 수사의 테두리를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여권실력자의 실언을 해명하는 차원으로 한정함으로써 비자금설 파문으로 야기된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의문점만 더욱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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