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쌀을 싣고간 삼선비너스호의 선원이 정탐행위를 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배와 선원들을 억류한 것은 한마디로 억지다. 온정의 쌀을 받으면서 인공기강제게양에 이어 폭거를 자행하는 것은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북한측에 의하면 쌀 15만톤 지원합의에 따라 15번째로 5천톤을 싣고 북행한 비너스호의 1등항해사 이양천씨가 지난 2일 카메라로 청진항을 찍다가 적발되었고 조사결과 「계획적인 정탐·도발행위」임을 자백했다는 주장이지만 이를 인정할만한 근거는 없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씨의 행위와 진술을 확인할 수가 없는데다가 북한이 당초 쌀지원에 있어 관계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할 것을 약속한만큼 즉각 송환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식량확보와 경제난 극복이 시급한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쌀수송선원을 「정탐행위」 운운하며 자신들이 동의한 3차회담까지 중단시켰는 지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남측으로부터 쌀을 받는 것을 꺼려온 이른바 군부 등 강경파들이 입지강화를 위해 시비를 촉발했을 가능성이다. 이와함께 밖으로는 남측의 도발을 널리 선전함으로써 결코 동정조의 쌀을 받지 않는다는 주체성을 과시하는 한편 무엇보다 획기적인 것으로 예상되는 김영삼대통령의 8·15대북제안을 사전에 희석, 평가절하시키려는 저의가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생트집은 우리 정부의 실책과 시행착오도 한몫했다고 볼 수있다. 지난 50년간 온갖 약속과 협정도 편의에 따라 뒤집는 북한인 점을 고려, 쌀지원에 따른 절차와 선원의 신변안전, 현지에서의 활동규칙 등을 북한당국자가 서명한 후 반드시 공개해야 함에도 저들의 희망대로 비밀주의에 동의한 것은 큰 실수임에 틀림없다.
정부가 쌀지원과 이에 따른 베이징회담에 지나친 환상과 기대를 가진점도 오판이었다. 저들의 관심은 오직 쌀의 양적 확보에만 있고 이를 위해 우성호 송환과 대화지속을 흘린 것임에도 정부가 조만간 석방과 정상회담에 대한 지나친 집착속에 이를 공언하는 우를 범한 것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비너스호의 선원과 선박을 즉각 귀환케 해야 한다. 그들이 돌아오기까지 쌀수송을 전면 중단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차제에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자성·자제해야 한다. 장미꽃을 얻은 것이라는 찬사,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버려야 한다. 자성하지 않는한 북한의 역이용, 생트집, 대남교란과 악선전은 계속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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